2011년 3월 31일 목요일

독도

독도가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들이 독도가 일본의 영토이지만 한국측에 의해 점거당해있다는 식의 서술을 검정했다고 한다.

일본측의 주장은 별로 경청할 가치가 없는 주장이다. 손쉽게 반박가능한 주장들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팽창야욕은 꽤나 깊은, 그리고 건전하지 못한, 뿌리를 가지고 있다. 19세기 말 메이지정부는 영토확장에 대한 심각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영토확장이라면 닥치는 대로 먹어댔다는 비유가 적절한 것 같다. 심지어 확인되지 않은 신뢰할 수 없는 주장에 기대어 있지도 않은 섬을 자국 영토라고 고시를 내렸으니, 이 섬이 나카노도리시마이다.

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이미 2005년에 경향신문과 무려 국정브리핑에 기사화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철두철미한 역사지우기공정 때문인지 참여정부의 국정브리핑 페이지는 현재 존재하지 않고, 네이버 뉴스아카이브에서 검색이 된다. 구글 검색에서 맨 앞에 나온 것은 네이버 독도블로그이다.

네이버 독도 블로그의 국정브리핑 기사 펌(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go2sky0&logNo=110025865200&viewDate=&currentPage=1&listtype=0)

경향신문의 나카노도리시마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503221806251&code=960201)



메이지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세력의 정치적인 희생이 필요했다. 그 중 한 무리가 하급무사계층이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신정부에 대하여 무장항쟁을 벌이기도 했으나 진압당한 후, 자유민권운동이라는 방법으로 메이지 과두정부세력에 대항했다. 입헌체제가 성립되고 의회가 만들어진 후, 이들은 정부의 외교방침을 문제 삼는 것이 좋은 효과를 거둠을 알게 되었다. (피터 두으스, 김용덕역, 일본근대사, p.136) 그러나 이들의 원대한 꿈에 비해, 실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별로 였다. (p.137)

이런 서술을 한다고 내가 이명박 정부의 외교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외교문제가 국내 정치의 이슈가 되는 것은, 그 주제에 대하여 사회 내부에 합의 된 목표나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한 세기 전 일보의 예를 든 것이다. 아무리 정치적 의도 명백하더라도, 국민적 합의에 거슬러 외교정책을 비판하기란 쉽지 않다. 메이지 후기 일본의 외교방침에 대한 일본 내 정치인들 사이의 알력은,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위상에 대하여 메이지 과두정부 측과 민권운동파 측 사이에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독도문제에서도 마찬가지로 국민들은 정부가 더 일본에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바란다. 특히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일본에 대하여 보이는 태도는 조롱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현 정부의 외교는 대미굴종이 기본전제로 깔려있다. 그걸 외교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일단 별개의 논의로 치자. 그런데 대일외교는 (대북문제와 마찬가지로) 대미굴종이라는 전제에서는 해답이 나오지 않는 주제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느낌이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정신은 없는데, 손발은 아직 움직이고 있어서 척추반사 수준의, 건드리면 꿈틀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2년 전 요미우리 신문에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기사가 났는데, 일본은 정말로 조금만 기다려 준 건지도 모른다. 현 이명박 정부는 메이지 정부와는 달리, 일단 맛탱이가 가 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국민들은 실현 가능성에 촛점을 두지 않고 강경한 대응만을 주문하는 것일까? 글쎄, 사실 더 강경하게 뭔가를 할 수도 없다. 지금 독도는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데, 뭘 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완전한 대한민국의 영토로서, 군인도 아닌 경찰이 그 섬을 지키고 있다. 독도 앞바다에 시멘트와 공구리를 부어 길이 3 km의 활주로를 만들어 동해에 떠 있는 불침항모를 만들면 될까? 더더욱 자위대가 그 곳을 점령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꼴이다.

우리가 일본에 강한 대응을 하면, 일본이 꼬리를 내릴 거라는 희망섞인 분석도 있다. 그런데 강한 대응은 뭔가 자극이 있을 때 하면 된다. 허공에 좆질은 하는 놈만 우스워 질 뿐이다. 어차피 해자대가 독도를 점령할꺼라고 독도에 상륙해 점령전을 벌일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지스함을 진수하고, 해군력 증강사업하고, F-15K를 도입하고 하는 것이, 만에 모를 그런 상황에 대비해서이지 않는가. 보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란, 그냥 찍 해봐야 꼴통 극우 말종들이 통통배 비슷한 거 타고 근처에 와서 배 위에서 현수막 펼치고 깝죽거리든지, 연구선이랍시고 침몰되도 상관 없는 배가 근처에 와서 바닷물 샘플이나 떠 가고 수심이나 제고 그러고 말 것이다. 그럴 때, 그들이 선을 넘으면, 일본 영해로 도망치기 전에 나포해서는 출입국 관리법 위반 같은 거로 망신 좀 주거나 하면 되지 않나? 서해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은 많이들 잡아오지 않는가.

물론 모든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기술을 하는 것은 당사자 입장에서 굉장히 도발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반대로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입장을 바꿔 보는거다. 부산 앞바다에 남형군도라는 작은 바위섬이 있다. 완전한 상상이지만, 그 섬이 전후처리과정에 이상하게 일이 꼬이는 바람에 (이를테면 일본군이 최후 방어선 비슷하게 시설을 만든 게 연합군이 보기에는 확실한 일본영토의 인증으로 보여서), 일본 영토가 되었고, 거기 지금은 자위대 레이더 기지가 건설되어 있는 상황을 상상을 해 보는 거다. 당연히 우리 교과서에는 그 섬이 우리땅이라고 서술되어있겠지만, 실재로는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내가 교과서에서 그 서술을 배운다면? 일본에 대한 증오와 함께, 자기 땅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굴욕감을 동시에 느낄 것 같다. 한국이 점령하고 있는 땅이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교과서를 본 일본 애들은 좀 다를까? 선진국이니까? 오히려 저따위 춍들한테 땅을 빼앗기고, 얼씬도 못하고 있다는 걸 안다면, 오히려 더 심각한 자존심의 상처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왜곡된 적대감을 가진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그것은 동아시아의 평화에 위협이 된다. 일본의 관료들이 굉장히 위험한 불장난을 한 것 같다. 그 뒤에서 아마 정치인이 손을 썼을게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국민에게 독도는 완전한 국권회복의 상징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두고두고 곱씹을수록 울컥해지는 문장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에게 독도는 나카노도리시마처럼, 있으면 (되면) 요행, 없어도 (안 되도) 그만 정도인 섬일테다. 단지 만만한 춍들이니 건드려보는 것이고, 곰같은 로스케들은 화나면 무서우니까 그냥 잠잠. 이병맛 정부는 정말 전 정부랑 비교된다. 지지리도 못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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