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31일 월요일

외래어의 수용과 세벌식 자판

세벌식으로 타자를 치면서 느끼는 점이 있어서 적어 둔다.

세벌식 자판은 한글을 치기에 최적화되어있다고들 한다. 두벌식에 비하면 충분히 근거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이런 느낌이 갑자기 들었다. ㅠ 나 ㅛ 등 치기 좀 불편한 위치에 있는 낱자들이 자주 나오더라는 것이다. 아마 공병우 박사가 세벌식 자판을 배열할 때에는 당시 문어체에서 사용되는 낱자들의 출현빈도가 그 기준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에는 쓰이지 않던 외래어가 많이 유입되면서 공병우 박사의 시절에는 잘 출현하지 않던 낱자들이 점차 그 출현 빈도를 높이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이것은 가설일 뿐이고, 이것을 확증하려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한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한가지 더 궁금한 것이 생겼는데, 새로운 개념이 처음 생기거나 유입되었을 때, 이것을 지시하는 여러 단어들이 제시된다면, 이들 사이의 경쟁이 붙을 것이고, 그 중에서 가장 대중의 구미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이 최종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혹시 그 과정에서 타자를 치기에 수월한 놈이 보다 더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만약 이러한 가정이 사실이라면, 두벌식을 사용하는 집단과 세벌식을 사용하는 집단에서 외래어 수용 경향의 차이가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2010년 5월 26일 수요일

외신 이상해...

음.. 독일어 공부한다고 들르는 사이트(http://www.dw-world.de/dw/article/0,,5605068,00.html)에 이런 뉴스가 떴다. 가뭄에 콩나듯 한국 소식이 들리는데, 어제가 그날이었다.

SEOUL
: Im Konflikt um das Versenken eines südkoreanischen Kriegsschiffs hat Nordkorea nach Angaben einer Dissidentengruppe seine Truppen in Kampfbereitschaft versetzt. Nordkoreas Machthaber Kim Jong Il habe den entsprechenden Befehl bereits in der vergangenen Woche erteilt, berichtet die in Südkoreas Hauptstadt Seoul ansässige Gruppe "Solidarität Nordkoreanischer Intellektueller" unter Berufung auf Informanten in Nordkorea. Eine internationale Untersuchungskommission war zu dem Ergebnis gekommen, dass der Untergang der "Cheonan" im März durch einen nordkoreanischen Torpedo verursacht worden war.

내용상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100525221511238&p=hankooki 을 기사화한 것 같다.

곧 여당에게 불리할 것 같은 선거가 있고, 그 동안 천안함이 어떤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철저하게 이용되어왔는지는 전혀 언급이 없다. 아마도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모범생 역할을 해서, 지금도 헌법적 가치에 기반하여 민주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가정하고 논리를 전개하는 모양이다. 죽을 쒀서 개에게 가져다 바쳤다는 더러운 기분 밖에는 들지 않는다.

반대로 혹시 외신 기자들은 보다 확실한 정보원에 연이 닿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소행임을 의심치 않는 것일까? 같은 선 상에서, 선거 직전에 TOD가 공개되는 것일까? 모르겠다. 김대통령이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중심을 잡고 있을 사람이 없는 느낌이다.

2010년 5월 25일 화요일

사람이 자원인 나라

사람이 자원인 나라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었던 장학퀴즈에는 당시로는 상당히 선진적이었던 PR광고가 항상 나왔다. 선경그룹의 광고였는데, 가브리엘의 오보에에 맞추어 나뭇가지에 걸린 동네 꼬맹이들 연을 꺼내주는 할아버지 에피소드도 기억이 나고,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로 시작하는 백범 김구선생의 《백범일지》출간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사람이 자원인 나라라는 카피가 그 때쯤부터 시작되었는지를 확실하게 기억하기에는 그 때는 좀 어렸다. 하지만 석유가 부존되어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정유라는 업종까지 소화해 나는 기업이 내걸기에 적절한 카피라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다.

사람이 무한정으로 공급되는 자원인 나라

1990년대 초반 KBS에서 한차례 방송되었던 국민방위군사건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51년 겨울 100일 동안 자그마치 10여만 명이 얼어 죽거나 굶어 죽었다. 소심한 소년에 불과했던 나는 군대에 끌려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끔찍한 일 아닌가. 방송에는 또한 그런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던 그 시점에 부산에서는 정치인들이 횡령을 저질러 국민방위군에게 갈 물자가 정치인(?)의 뱃속으로 사라지고 있었고, 또 문제가 되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빨갱이 드립을 쳤다는 것이 대비되어 나왔던 것 같다. 이장로가 대통령인 시절이 형편없는 시절이었다는 것을 다시 이야기하여 무엇 하랴. 세월이 흘러 한홍구 선생의 《대한민국사》에서 국민방위군사건을 다룬 글을 읽게 되었다. 거기에는 “사람이 무한정으로 공급되는 자원으로 분류될 때 사람의 가치는 땅에 떨어지는 법이다.”라는 구절이 적혀있었다.



뭐 괴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공계를 졸업한 젊은이들이 큰 회사에 들어가면 적당한 월급을 주면서 젊었을 때 뼈 빠지게 부려먹다가, 시간이 지나 그들이 가진 기술이 생산성 경쟁이 뒤쳐지게 되면 해고된다는 말이 떠돌았었다. 확실하지도 않는 예전 기억을 들먹일 것도 없고, 이공계 졸업생이라는 특별한 경우를 예로 들 것도 없다. IMF사태 다음으로는 해고가 얼마나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1950년대 대한민국은 사람이 무한정으로 공급되는 자원이었던 나라였고, 1990년대 대한민국에는 사람이 자원이라는 카피가 받아들여지는 사회였다. 그러나 40년이 지나도록 사람이 무한정으로 공급되는 자원이었던 나라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2000년대가 되자 사람이 무한정으로 공급되는 자원인 나라가 백색테러단체의 옷을 벗고, 보다 세련된 경쟁이데올로기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다시 나타났을 뿐이다.

진정 사람이 귀중한 자원이라면, 노동·토지·자본 중에서 오로지 사람만이 생산 가능한 노동에 가장 큰 가치를 뒀어야 하지 않았을까? 진정 사람이 귀중한 자원이라면, 오로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창조적인 활동에 보다 더 투자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진정 사람이 귀중한 자원이라면, 인간의 노동이 최적화될 수 있는 삶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서 복지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하지 않았을까? 혹시 진심은 토지가 자원인 나라 아니었을까?

하지만 사람이 자원인 나라에서는, 불행하게도 사람자원이 다른 사람자원으로 대체 가능했다. 누구도 숙련된 노동에 대하여 추가적인 대가를 치르려 하지 않았고, 그 결과 그 작은 차이가 만든다는 명품이 탄생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언제나 똑같은 예비품으로 교체 가능한, 균질한 집단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안타깝게 그 집단 안에서 사람자원의 공급이 수요보다 좀 더 많이 제공되고 있다.

사람이 무한정으로 제공되는 자원인 나라가 나빴듯이, 사람이 자원인 나라도 나쁘다. 게다가 사람이 자원이라는 말에는 그 자원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에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자원을 잘 쓰겠다는 생각에서 발전하여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 사람을 키운다는 말이 지금과 같이 미친 것 같은 경쟁교육을 통해서라면, 그래서 유휴자원을 가지는 특정 계급에서만 자원이 재생산되는 구조라면, 그런 인재육성에 동의할 수는 없지 않는가. 게다가 자원이 될 기회를 가지지도 못한 채, 자원이 되지 못했다고 버림받아야 한다면, 만약 그런 의미의 사람이 자원인 나라라면, 그것이 왜 나라이겠는가? 맹자의 민본주의적인 가치고, 서구의 공화국의 가치도 여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단지 도적떼의 위계질서 말고 다른 어떤 것을 찾아볼 수 있겠는가?

사람이 자원인 나라라는 말은 더 이상 달콤하게 들리지 않는다. 사람이 자원인 나라에서는 사람이 목적이 된다는 원칙적인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그 카피는 달콤하지 않다. 그 자원이 제품의 원료와 같이 균질한 자원을 뜻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혹시나 기업의 입장에서 유능하고 특별한 인재를 뜻하는 자원이라 하더라도, 그런 자원이 될 기회가 특히나 불균등하게 제공되어 키워진 자원이라면, 적어도 내가 보기에 그건 쓰레기다.



국민학교 4학년 때, 국민교육헌장 대신, 김구선생의 그 글을 외웠다면, 지금 우리나라가 좀 더 나은 모습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0년 5월 22일 토요일

U와 V 그리고 에반겔리온

그리스 문자에는 영어의 v 발음을 나타내는 글자가 없다. 고대 라틴어의 명문에는 U를 찾아볼 수 없고, 그 자리에는 대신 V가 들어가 있다. 아랍어에는 f에 해당하는 ف는 있지만, v에 해당하는 글자는 없다. 대신 아랍어에는 b는 있지만 p는 없다.

그리스어에는 좋다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
ευ- 가 있다. 당장 기억나는 eu로 시작하는 단어라면, 진핵생물을 뜻하는 eukaryote.... 밖에 생각이 안나네. 사전을 찾아보니, eulogize, euphemism, eyphoria (양심상 예전에 외우는 노력이라도 해 봤던 단어들만) 등이 있다. 사람 살기 좋다는 Eurasia 대륙은 당연히 포함이 안될것이다.

여기에 전령을 뜻하는
ἄγγελος가 합쳐지면서 evangel- 이라는 어근을 낳았다. u와 v가 왔다갔다 하니까 가능하다. 이 단어는 좋다라는 뜻을 福으로, 전령을 전령이 전하는 말에 집중하여 音으로 옮겨 복음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놀라워라.

1990년대 후반, 좋은 소식을 전한다는 전령은 사도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되어 EUrasia 대륙의 동쪽 끝에서 피를 튀기며 싸움박질을 하게 되었다. 전편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양산형 에바들이 2호기를 섭취하는 장면이었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전령이라는 뜻의 기의가 2500여년에 걸쳐 변화되어, 토사물에 섞인 라면가닥을 두고 다투는 관악산 공원 앞 비둘기 떼보다 더 혐오스러운 모습이 되었다는데까지 생각이 이르자, 마치 토사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더 이상 글을 쓸 마음이 없어졌다.

2010년 5월 20일 목요일

閑談

오늘까지 프로젝트의 중간 발표 준비를 끝냈다. 원래 뭔가 이렇게 중간이든 끝이든 매듭지어야 할 때가 오면, 똥줄이 타기 마련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주제의 특성상, 그럴싸한 그림이 전부터 좀 나와 있었기 때문에, 포멧을 변환하고, 예쁘게 모아서 프리젠테이션을 만드는 수준에서 끝이 났다. 그래도 마감은 마감이니까 정신없었다. 이번에 갈무리한 것을 바탕으로 논문이 한 편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만의 생각인 것일까. 그래서 아직 학생인가보다.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2주 후에 또 학회가 있어서, 그거 준비 때문에 또 바쁠 것 같다. 빨리 8월이 와야 쉴 수 있다. 7월 말에 또 학회다. 가지도 못할 학회지만, 프리젠테이션은 만들어야한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마지막 사랑》을 박기영이 불렀는지 몰랐다. 그 멜로디가 갑자기 생각나서 가사를 검색해 보니까 그거 제목이 《마지막 사랑》이었고, 가수는 박기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작》과 같은 엘범에 실렸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찾아 듣고 난 다음으로는 계속하여 듣고 있다. 그렇다고 가사에 감정이 몰입되는 상태는 아니고, 그냥 멜로디가 너무 좋으니까. 낮에 발표자료 준비할 때도, 속으로 흥얼거리며서 일했다.

그렇지만 1999년 봄은 역시 핑클 2집의 계절이었다. 7교시와 8교시 사이의 쉬는 시간, 서쪽으로 난 교실 창문에 쳐 놓은 블라인드 사이로 나른한 햇볕이 들어왔다. 서쪽으로 뉘였뉘였하는 해에서 나오는 광선은 긴 대기를 통과하면서 단파장 성분이 꽤나 흡수되기 때문에 조금 노랗게 보이고, 그래서 나른해 보인다. 다음 시간 책을 빌리러 갔는지 화장실에 갔는지 자리를 비운 옆자리 놈의 의자까지 차지하고 누워서, 영어듣기하라고 사주신 카세트에 핑클 2집 테이프를 넣고, 교실 뒤의 소란으로 여신들의 목소리가 차마 침식당할까 이어폰을 귀에 꽉 꼽고 소리를 높여 듣고 있으면, 나른함은 사라지고, 그저 정신이 아찔해 올 따름이었다. 핑클 2집의 속지는 하얀색 바탕에 각 멤버의 여신 컨셉 2등신 커리커쳐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걸 보면 존슨이 기립했다. 다분히 제작자의 의도가 아니었던가 한다. 그 때가 5월이었다.

5월은 참 좋은 계절이다. 5월의 또 다른 기억은 중학교 때이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동래 분지의 시가지를 굽어볼 수 있었다. 머리 위 높이 떠 있는 태양에 회색 도시조차 하얗게 비치고, 황령산, 배산의 푸르름이 짙어지고, 하늘은 새파랗고, 뭉개구름이 조금씩 피어오르는, 상큼한 오전의 3교시 국어시간이었다. 나는 6반이었고, 국어선생님은 4반이었다. 국어시간에 어쩌다 보니까 “바르고 고운말을 써야 합니다.”라고 국어선생님이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는 그 순간, 4반에서 난생 처음 들어보는 희한한 욕설의 고성이 창문 밖에서 들려왔다. 고환과 자식을 찾는 내용이었는데, 너무나 생소한 나머지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자기 반 학생임을 아는 국어선생님은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미친놈입니다.”라고 하시고 말았다.

여기서부터 이어지는 내용은 반사회적일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펼쳐두기..


그러니까 결론은 일이 하나 마무리되어서 기분이 좋고, 한가로운 여유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 5월 18일 화요일

페스토를 만들어 먹다.

페스토를 만들어 먹어 보았다.

포크로 먹어야 하겠지만, 혼자 먹는 거라서 편한 젓가락으로 먹었다.


요리법은 간단하다.

필수 재료: 스파게티 면, 페스토 소스, 소금

1. 소금으로 약하게 간을 한 물을 끓인다. 물은 라면 먹는 만큼보다 조금 많은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2. 스파게티 면을 먹을만큼 넣는다. 80g이면 밥먹고 후식으로 먹을 만큼 되는 것 같다.

3. 면의 굵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6분 정도 더 끓인다.

4. 물을 버리고 면을 접시에 담는다.

5. 면이 마르거나 식기 전에 페스토 소스를 적당히 (건조면 무게의 반 정도?) 뿌린다.

6. 비벼 먹는다. 기분에 따라 올리브 기름이나 후추나 바실리쿰이나 고추가루 이런 걸 뿌려 먹을 수도 있다.

짜파게티나 매 한가지다.

날개

뉴스를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새는 진짜 날마다 개소리, 날마다 개지랄이구나.

오늘도 해가 떴으니, 곧 시작되겠지.

이명박은 날개다.



오늘은 518이다.

올해는 특히나 더 서럽다. ㅜㅜ

2010년 5월 16일 일요일

정치성향과 수능성적의 상관관계? (지역별)


자료출처: http://www.vop.co.kr/A00000294891.html

전국 16개 시도의 수능 1·2등급 비율과 지난 대선에서의 鼠さん 득표율을 비교했다. 상관계수는 -0.2가 나왔고, 실선은 최소제곱 근사선이다.

이 그래프를 기초로 해서, 정당과 교육 수월성의 관계, 지능의 유전 등등 같은 이상한 가설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모두 옳지 않은 소리이다.

일단, 수능을 친 사람이 투표를 한 것이 아닌데다가, 각 시·도의 인구가 다르므로 이런 식의 그래프를 만드는 것이 의미가 없고, 다음으로 분산이 심하기 때문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어느 분의 분탕질을 보고 나는 못할쏘냐 싶어서 시각적으로 보다 돋보이는 그래프를 만들어 보았다.

2010년 5월 13일 목요일

사랑니

왼쪽 턱에서 조금씩 발달해오던 사랑니가 드디어 탈을 만들고 말았다. 월요일날 잠에서 깨었을 때, 감기에 걸린 듯 왼쪽 목이 붓고, 침을 삼킬 때마다 통증이 있기 시작했는데, 월요일 아침에는 아파서 잠에서 깼다.

병원에 예약을 하고 찾아가 진찰을 받고, 뢴트겐을 찍었다. 목이 아픈건 림프가 부었기 때문이고, 사랑니의 위치도 좋지 않다고. 이는 다음주가 되어야 뽑을 수 있을 듯하다. 가그린 같이 생긴 구강 살균제가 아침의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련하지만, 진통제 처방도, 항생제 처방도 그리 달갑진 않아 모두 거부했다.

다행히 깨어있는 동안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다.

2010년 5월 7일 금요일

중심력 운동

궁금한 것이 생겨, 교과서를 꺼내놓고 찾아 읽고 계산을 했다. 태양동주기 궤도를 만들기 위한 조건에 대한 것이었는데, 맨 처음에 나오는 vis-viva 방정식이 어떻게 유도되는지를 까먹어서 책을 좀 뒤적였다.

역학 책은 이해하기 쉬우라고(?) 그랬는지, 벡터도 쓰지 않고, 차근차근 미분방정식을 풀어 놓았는데, 나는 분명히 천문학 시간에 적분하지 않고 백터를 사용해서 그 관계식을 유도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노트는 저 멀리 어딘가에, 찾기 힘든 어딘가에 있다.

분모에 제곱근이 들어가고, 제곱근 안에 2차식이 있는 형태의 적분은, 제곱근 안을 완전제곱식으로 만들어서 해결한다. 그러면 삼각함수로 치환이 가능한 모양이 나온다. 그런데 그걸 정작 역학 수업을 들을 때는 몰랐었다. 그 때는 wolfram alpha같은 것도 없었고, 비슷한 것이 있었다 한들, 내가 그걸 알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마 그런 기법들을 가르쳐 주나 싶어서 미분방정식을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왠걸, 미분방정식 시간에 배웠던 것은 정말 수학이었다. 물론 이해하지 못했다. 수학과 수업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하지만 역시 그 때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수학과 수업들을 몇 개 더 들었었다. 미분방정식 보다는 이해하기 수월했지만, 역시 수학적인 사고라는 것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머리임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손에 잡히거나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최소한 나는 그것을 모르는 것이다. 단 시간이 갈수록 이런 잡기가 매우 느린 속도로 늘긴 하는 것 같다.

지구는 볼록해서 섭동이 생긴다. 그래서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들의 공전궤도면은 자전축을 축으로 해서 회전한다. 궤도를 적당한 고도, 적당한 궤도경사각에 올려 놓으면, 그 궤도면이 회전하는 각속도가 지구의 공전각속도와 같아져서, 위성이 태양에 대하여 같은 자세를 유지하게 된다. 이것이 기가 찬 우연인지, 아니면 왠만해서는 그렇게 되는 것인지는 좀 계산을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사실은 그래 봐야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었서 그림자 길이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덜 중요하긴 하지만 지구 궤도가 살짝 타원인 것도 그림자를 조금씩 삐뚤어지게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구름 크리가 있기 때문에,, 대세는 SAR... Van der SAR인 것이다.

다시 읽어본 역학책은, 생각보다.... 쉬웠다. 아마도 그 동안 영어에 훨씬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리라. 번역서가 있었다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시간을 들여 책을 읽었더라면, 이해하는 수준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타원궤도에서 시간에 따른 위치를 구할 때, 역학책에 소개된 반지름과 각도 사이의 관계식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노말리라는 것을 이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방법이 설명되어 있던 노랗고 파란 그 때의 그 태양계 역학 책을 좀 더 열심히 읽었다면, 아니, 그 때 조금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서 배고픔을 잊기 위해 끊임없이 자지만 않았더라면, 뭔가 조금은 바뀌어 있을까? 아니, 가난과 배고픔 전에, 웬지 이상한 방법으로 접근한다는 이질감과 거부감을 버렸더라면, 그 다음 단원도 최소한 함 시익 볼 수는 있었지 않았을까.

남아있는 계산은 내일 더 봐야지 할려다가 잡상이 떠올랐다.


익일 추가:
vis-viva 방정식의 유도는 적분도 필요 없고 심지어 벡터도 필요 없었다. 단지 각운동량 보존법칙과 에너지 보존법칙을 이용하여 구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총에너지에 대한 매우 기하학적인 기술을 얻고, 거기서 운동에너지를 매우 동력학적으로 기술하여 빼면, 기하학과 동력학이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vis-viva방정식을 얻게 된다. 천문학 시간에 이렇게 배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