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1일 수요일

필스너와 헬레스

바이에른 지방을 여행할 일이 있다면 당연히 맥주를 즐길 계획을 세울 것이다. 독일의 맥주는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특히나 뮌헨을 위시한 바이에른은 맥주로 한 자부심 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세 종류의 맥주가 특히 많이 소비된다. 밀 맥주로 알려져 있는 상면발효맥주인 바이스비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맥주 종류인 필스너, 그리고 특히 바이에른에서 특히 집중적으로 소비되는 헬레스이다. 사실 바이에른에서는 필스너보다 헬레스가 훨씬 더 대중적이다.

뿌연 색이 특징적인 바이스비어와는 달리 헬레스와 필스너는 둘 다 맑은 색을 띄는 하면발효맥주이다. 그리고 식당에서 주문을 한다면 필스너와 헬레스는 서로 다른 잔에 따라져서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헬레스와 필스너 맥주 그 자체는 어떻게 다른가?

가장 직관적인 답은 맛이 다르다이다. 필스너에는 헬레스보다 홉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씁쓸한 맛이 더 강하다. 반면 홉이 약한 헬레스는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고 할까?

그런데 좀 더 역사적으로 들어가 보면, 물의 차이가 한 몫“했었다”. 석회암·사암지대인 바이에른의 물은 석회질이 많이 함유된 쎈물이 흐른다. 체코 지역의 암석은 변성암인데, 이 곳에 흐르는 물은 단물이다. 물에 염이 많이 함유된 쎈물에서 맥주가 발효되면, 효소가 덜 활성화되고 맥아와 홉의 녹는 성분이 달라지기 때문에 맛이 써지고 색이 어두워진다. 전통적인 뮌헨 맥주가 어두운 색인 이유가 이것이다. 반면 단물이 흐르는 체코에서는 더 맑은 색을 띄는 필스너를 만들 수 있었다. (맥주의 색은 당연히 맥아를 건조하는 과정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필스너는 연한 색을 띄는 맥아를 쓴다.) 현대에는 물의 염을 제거하는 공정이 발달했기 때문에 지역적인 물의 화학적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면발효맥주는 낮은 온도에서 양조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긴 시간동안 숙성해야 하며, 냉장기술이 생기기 전에는 제조가 까다로운 반면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보존이 가능하다. (한편 홉은 맥주의 부패를 지연시키는 역할도 한다.) 겨울이 길고, 얼음을 구하기 쉬운 바이에른이나 바덴-뷔르텐부르크 지역에서 15세기 경에 제조가 시작되었다. 1842년 체코의 필젠으로 스카우트 되어 갔던 양조장 요세프 그롤이 연한 색 맥아와 사츠 지방의 홉으로 만든 최초의 필스너 맥주를 만든다. 1872년 냉장기계의 발명으로 저온숙성을 위한 지하실 없이도 필스너 맥주를 만들수 있게 되었다.

바이에른에서 맥주를 마실 기회가 있다면, 필스너와 헬레스를 둘 다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홉이 약한 맥주의 맛을 볼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