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4일 화요일

Il referandum

지난 금요일 그룹 사람들과 회식이 있었다. 그룹에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당연히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그리고 더욱 당연히 베를루스코니가 화재가 되었다. 적어도 직장에 있는 이탈리아사람들끼리 모이면, 베를루스코니 욕 내지는 조롱이 거의 항상 나오는 것 같다.

듣고 있던 과장이 말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한 번, 두 번 실수(베를루스코니의 정당에 투표하는 것)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계속 그런다면, 그것은 그들이 (베를루스코니를) 용인 한 것이라고.

이탈리아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갑자기 재외 유권자 신고를 위한 서류 양식이 바뀌는 바람에 예전 서류를 가지고 있는 재외국민들은 이번에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베를루스코니가 장악하고 있는 방송들에서는 투표일자를 허위로 방송했다고도 한다. 실수를 과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원전은 물 건너 갔고, 베를루스코니는 성추문과 관련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게 되었다.





만약 이명박 망국정권에 가담한 자들에 대한 처벌 및 연금과 전직 공무원 자격박탈에 대한 국민투표를 쟁취해 내었다고 가정하자. 이들과 한 패였던 항문들이 뀌어 댈 방구들은 뻔하다.

“국민투표는 위험하다. 국민투표는 국론을 통합하기는 커녕 분열시킨다.”

힘을 가진 자들에게 세상은 너무나도 쉽고, 재미있다. 그들이 이기면 반대파를 철저히 말려 죽일 수 있고, 그들이 지면 국론분열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뒤집어 씌울 수 있다. 힘이 있는 자들이 왜 양보를 한단 말인가? 어떻게 힘도 없는 주제에, 강한 힘을 가진 상대가, 고작 투표에 졌다는 이유로 순순히 양보를 할 것이라고, 혹은 약속을 했으니 지킬 거라고, 뻔뻔스럽게 기대하고 있단 말인가?

치열한 경쟁 끝에 경쟁의 도사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정작 그 경쟁의 룰을 만드는 자와의 계약에 너무 서툴러 보여 속이 탄다.

2011년 6월 3일 금요일

Obsidian

흑요석은 영어로 obsidian이라고 한다. 흑요석은 고등학교 다닐 때 지구과학 시간에 책에서 접한 것이 처음이었고, 나중에 그 영어명을 알게 되었다. 그게 학부때였으니, Obsidian statue보다는 좀 일찍 알게 된 샘이다. 흑요석은 화산학에서도 중요하고, 또한 고고학에서도 중요하다. 흑요석은 인류가 금속을 다루기 전의 이른 시기에 접할 수 있었던 가장 날카로운 물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출지 마저 흔치 않아 교역을 통해 전파되었는데, 산지마다 화학성분이 다른 연유로 그 전파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인류는 이미 그 기억을 잊었지만, 물건은 그 길을 기억하고 있으니, 이것도 일종의 싸이코메트리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건 개소리다.

수 년 전, Notepad++이라는 편집기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텍스트 편집기를 따로 쓰는 것이 그 때까지만 해도 별 쓸모 있는 일은 아니라 그냥 깔아 놓고만 있었다. 물론 그 시절에도 쓸모가 가끔 있었으니, 물건은 물건이었다. 그러다가 KoTeX 2009 버전의 공식 배포판에서 기본 설정 편집기로 포함된 이후, 자주 쓰게 되었다. 그냥 기본 설정 상태로 계속해서 쓰고 있었는데, 어제 작업 중 뻘클릭을 계기로 테마 설정이 가능함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obsidian이라는 매력적인 테마를 알게 되었다.

IDL 언어 지원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일터에서 쓰는 편집기 테마도 obsidian에 맞출 참이다. 애도 아닌데, 이런 거에 설레이는 게 참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