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6일 수요일

해를 구하다

아플레톤 방정식이라는 공식이 있다. 전파가 전리층 안을 진행할 때, 굴절률을 표현하는 식이다. 수 년동안 그 공식을 기초로 하여 연구를 계속 진행해 왔었다. 그렇지만 그 동안 한 번도 아플레톤 방정식을 뉴턴의 방정식으로부터 직접 스스로 완전히 유도해보지는 못했다. 교과서에 충분히 그 유도과정이 잘 설명되어 있지만, 나는 그 유도 과정들이 편광을 서술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3차원에서 세 개의 방정식을 연립해서 푸는 방법인데, 편광을 두 축에 투영한 전기장의 비로 나타내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릇 편광은 벡터로 나타내야 하지 않겠는가. 이방성 매질에서 전자기파의 전파는 고유값-고유벡터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정석에 천착하여 아플레톤 방정식을 유도해보고 싶었다.

보통 무선전화 정도 주파수 대역의 전파는 전리층을 거의 무리없이 통과한다. 다만 이 경우에는, 지구 자기장의 영향 때문에, 전리층이 마치 지학시간에 배우는 방해석 같은 복굴절을 일으킨다. 이 때 앞서거니 뒷서거니 통과하는 두 광선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원형편광을 가진다. 자기장 안에 있는 전리층의 유전률 텐서와 전자기파의 진행방향 벡터로부터, 굴절률과 함께 원형편광을 나타내는 깔끔한 벡터를 유도해 내는 것이 목표였다.

처음에 이 문제를 붙잡았던 것이 3년 전이었다. 처음에는 완전 무식하게 그냥 쎄리 3행3열 행렬의 고유방정식의 해를 쌩으로 구하고 그랬는데, 어쩌다가 고유값까지는 정확하게 나왔다. 식 하나 정리하는데 A4용지 막 두 면 나오고 그런 삽질의 결과였다. 지금 생각하면 무식한데다 미쳤다 싶다. 그런데 이걸로 고유벡터를 구하는 건 도저히 무리였다. 그렇게 접어놓고 한 1년? 그러다가 최근 순수하게 고유값-고유벡터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유전율 텐서를 대각화하는 좌표계에서 문제를 푸는 것이 해결의 핵심 포인트였다.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고유값을 구할 수 있었다. 고유값의 근사치로부터 고유벡터를 구하는 것이 잘 될까 싶었는데, 고유벡터의 의미를 기하학적으로 생각해보니, 그 역시 극한을 통해서 구해졌다. 이렇게 구해진 고유벡터를 원래의 좌표계로 변환하자, 깔끔하게 원형 편광을 지시하는 (0, +-i, 1)이 나왔다.

그냥 자랑하고 싶었다.

오늘은 그 동안 단순히 기하적으로만 고려해 오던 문제를, 스칼라 장과 그 구배를 이용한 벡터해석문제로 만들어 보았다. 사실 내 일은 아닌데, 상사가 시키면 어쨌든 해야 한다. 놀랍게도 그 결과 역시 의외로 깔끔하여, 사실은 좀 들떴다. 묘하게 기분이 좋다. 어떤 문제를 보다 일반적인 원리로부터 조망하여 해결하는 일은, 항상 자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