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7일 화요일

기시감

아래의 글을 쓴 뒤, 예전에 뭔가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개같이 답답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리고 점차 명확해져 갔다. 벌써 7년이 다 되어 간다. 2005년 봄의 일이다.

그 전해 불었던 탄핵의 순풍으로 당시 민노당(현 진보통합당의 민노당 계파와 현 진보신당의 전신)은 10석을 얻은 상태였다. 정당득표율은 13%로, 열린우리당의 38.3%, 한나라당의 35.8%에 이은 3위를 차지했다. 비록 지역구에서는 두 명의 대표밖에 내지 못했으나, 비례대표에서 8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었다.





문제의 포스터

2005년 초, 놀라운 의석 수의 증가와 과반 의석을 지닌 열린우리당 등 우호적인 정치환경에 힘입어 민노당과 민주노총은 노동계의 숙원이던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한 행동에 들어갔고, 선전을 위한 포스터를 만들었었다. 젊은 남녀가 강변 벤치에 앉아있다. 하지만 이들은 불안정한 직장때문에 결혼을 미룰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카피가 등장한다. “우리 정규직 되면 결혼하자”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 형태와 불평등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또한 젊은이들이 사회에 안착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 포스터는, 7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도 포인트를 잘 잡았은, 또한 여전히 유효한, 수작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이 포스터는 당 중앙위에서 배포된 즉시 당 여성위원회와 소수자 위원회로부터 맹폭격을 받는다. “결혼한 정규직 노동자만이 정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어 결혼하지 않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며, 사진 역시 남성 이성애자 중심이어서 여성·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최현숙 성소수자위원회 위원) 이 사건에 대하여서는 한겨레 신문 기사를 통해 아직도 검색이 된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23242.html)

이 양반들 왜 이러시나. 왜 아직도 이러고들 계시나. 이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실망감은 커져만 간다.

2012년 2월 6일 월요일

증오를 조장하는 힘

1.

얼마 전 獸狗들이, 김어준의 집이 평창동 6억짜리라고, 그러니까 저들은 무늬만 99%일 뿐 사실은 느그들 편이 아니라고  짖어 댔을 때, 사람들은 쌩깠다.

그 후에 그들이 미국에 갔을 때, 그을은 또 다시 비지니스 석이니, 명품풍 가방이니 설레발이쳤었다. 같은 핑계로. 이번에도 사람들은 생깠다.

눈에 뻔히 보였다. 그들은 결코 99%의 나머지 사람들이, 사악한 양치기의 꾐에 빠져 잘못된 길로 걸어가 스스로 파멸하는 것을 걱정하여서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의도가 명확해 보였다.



2.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비키니. 獸狗들이 먼저 나발을 불었다.

사람들은 광분했다. 당사자가 나섰다. 자신의 자유의지가 그러했으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라고.

그런데도 논란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눈에 뻔히 보인다. 그들은 결코 여성의 인권에 관심이 있지 않다. 그들은 여성의 몸이 상품화 된다면 누구보다 좋아한다. 시장이 형성되니까.



3.

논란은 끝나지 않았지만, 결론은 정해졌다.

獸狗의 의제설정능력은 아직 건재하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한 가지 예상을 해 본다면,

사람의 말을 하지 못하는 소위 진보논객 역시 소통의 파도에 수장될 것이다.



PS.

은혜를 모름을 축생이라 한다.

2012년 2월 2일 목요일

의미도 없는 개소리

연말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싼 표를 찾다 보니 암스테르담에서 환승을 해야했다. 유럽연합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었으므로, 입국 심사는 그 공항에서 하게 되었다. 내가 입국심사대에 도착했을 때에는 모든 게이트가 잠시 닫혀있는 상황이었다. 잠시 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오른쪽으로 저 만치에서 입국 심사대 직원이 분명한 젊은 남자들이 제복을 입고 떠들고 키득거리고 있었다. 네덜란드말 특유의 좀 크크 거리는 음색으로 과장된 웃음을 지으며 서로 희롱하는 걸 보니, 가히 질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저그들끼리 노닥거리면서 승객은 게이트 앞에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몇 분 있지 않아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고, 망중한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던 이 친구들도 하나 둘 게이트를 열었다.

그 때 바로 내 옆 줄에는 묘령의 젊은 처자들 셋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네들이 들고 있는 여권에 적힌 글자로 보건데, 한국인이 분명했다. 내 여권을 가져 간 그 심사원은 근엄한 표정으로 도장을 찍을 면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옆 줄의 그 처자의 여권을 받은, 그 희한한 목소리로 기괴한 웃음을 짓던 그 직원은, 대뜸 그 처자에게, 멀쩡한 목소리로, 목적지가 어디냐고 영어로 묻는 것이 아닌가?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공무상 필요한 질문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질문을 받은 그 처자였다. 눈망울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그 직원을, 죠넨 희한한 목소리로 웃던 그놈을, 바라보며 티롤에 놀러 간다고 기뻐 마지않는 표정으로 대꾸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와중에 나는 도장이 찍힌 여권을 넘겨받았고, 심사대를 지나왔기 때문에, 그 좀 왠지 이상하고 부조리해 보이는 그 대화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계속해서 보지 못했다.

슈스케의 크리스가 성추문에 휩싸였다고 한다. 썩 유쾌하지 못한 기억이 떠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