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0일 월요일

인터스텔라-지식의 인플레



2 , 인터넷을 돌아다니가 인터스텔라라는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다가 그대로 꽂혀버리고 말았다. 이건 봐야지. 다른 무엇보다, 지질학을 전공한 입장에서는 외계행성을 어떻게 영상화했을지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저녁 영화를 봤다.


3시간의 러닝 타임.


영화는 드라마다. 특히 가족드라마. SF 아니라. 그래서 영화의 본질이라고 있는 가족 드라마적인 측면과 홍보와 판촉에 사용되었던 SF적인 측면에서 내가 느꼈던 바를 정리하려고 한다.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영화는 흔해 빠진 헐리우드식 가족 판타지를 반복하고 있을 따름이다. 지고지선의 가치-가족애. 솔직히 지루했다. 광활한 옥수수 가운데 외딴 집에서 살고 있는 편부가정이 접하는 이웃들은 자녀들의 학교가 전부이고, 그들은 멍청하기까지 하다. 가족 이외에는 별로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다. 가족만이 부각된다.
 
반면 23 동안 쌓인 가족들로부터의 메시지를 읽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자녀들이 졸업을 하고, 결혼을 해서 자녀를 가지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주인공의 눈물에 나는 공감할 었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부분 역시 그랬다. 자기보다 먼저 늙었던 딸이 병원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들을 보낼 , 아버지를 보내고 대신 자신의 아들, , 손자, 손녀와 함께한다. 나는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다. 영화에 대한 실망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감독이 다시 영화는 가족드라마야라고 쿠사리를 주는 느낌이었다. 내리사랑이라고 하지 않는가? 장면만으로도 영화는 값을 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랬다. 영화는 가족드라마였고, 반복되어왔던 주제를, 새로운 소재를 이용해서 만들었던 것이다.


다음은 영화의 SF 측면이. 그리고 그런 부분에서 상당한 실망을 했다. 영화가 판촉에 사용한 부분은 상대성이론이다. 웜홀을 이용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도 그렇고, 상대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묘사한 부분도 그렇다. 상대성 이론에 대한 설정은 웹 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으므로 패스. 그런데 상대성이론과는 상관 없는 부분에서의 현실성은 실망스러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가졌었던 부분은 외계행성의 묘사였다. 과연 어떤 리얼리티를 가진 행성을 등장시킬까 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부분에서는 완전히 처참할 정도의 대실망을 해버렸다. 영화에서는 행성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엄청난 조수간만의 차이가 있는 번째 행성, 그리고 어마무시하게 추운 번째 행성.
배운 도둑질이니 썰을 풀어 보자. 처음의 조석 행성은 회전블랙홀에 가까이 있어서 엄청난 기조력을 받고 있고, 때문에 조석 팽대부 (tidal bulge) 거의 쓰나미 급의 거대한 파도처럼 보인다는 설정이지만, 그리 완전하지 않은 해석이다. 지구에서 밀물과 썰물이 반복될 때는 물이 빠지고 들어오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지 영화와 같이 거대한 파도가 치듯이 에피소딕하게 지나가지는 않는다. 둘째로 조석력을 받는 천체는 장기적으로 봤을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아진다. 이를 조석 고정상태라고 한다. 지구에 대해서 달이 조석고정상태에 있고, 때문에 지구에서는 달의 한쪽 면만 있다. 중력이 크면 클수록 빨리 조석고정상태에 다다르게 되기 때문에 블랙홀 주위를 고정하는 행성은 이미 애저녁에 블랙홀과 조석고정상태에 놓였을 것이다. 조석고정상태에서는 지표에 대해서 조석 팽대부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조석의 파도가 생기지 않을 뿐더러, 행성에는 낮과 밤이 없이 낮반구과 밤반구가 있을 뿐일 것이다.
유체의 파라는 측면에서 봤을 , 사람의 무릎 정도로 잠기는 평평한 물에서 파고가 미터 정도 되는 파는 그런 식으로 균질하게 진행할 없다. 파도의 상층부가 빨리 진행하며 때문에 얕은 바다에서 파도가 부서지는 것이다. 애초에 무릎 깊이로만 잠기는 상태가 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한다.

번째 행성은 겁나 추운 곳이다. 처음 대기권으로 진입할 구름인줄 알았던 것이 알고 보니 얼음이었던 반전이 있다. 사실은 지구 상층부의 구름 얼음 입자다. 춥다고 고정된 형태의 얼음 덩어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얼음 행성은 의외로 알베도가 낮은 검은 표면이 많다. (아이슬란드에서 찍었다지?) 그래도 정도로 춥다는 설정으로 받아들이자. 행성은 기복이 큰데, 절벽 정도를 넘어서 아예 천장이 있는 지형도 있다. 절벽의 경사각도가 90도가 넘는다는 말이다. 이런 지형이 사실 존재하지 않으므로 (존재할 수 없으므로) 이를 어떻게 부르려 해도 표현이 어색해 진다. 절벽이 붕괴해서 평평한 땅이 되지 않는 이유는 암석의 강도 때문이다. 암석의 강도는 암석(얼음 포함) 종류, 수분·기체 함량,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수분·기체 함량이 높으면 약해지고, 온도가 높으면 약해진다. 암석의 강도는 힘의 종류에 따라서도 다른데, 압축력에 대하여서 가장 강하고, 전단력(예를 들면 상부는 왼쪽으로, 하부는 오른쪽으로 미는 )이나 잡아 당기는 힘에 대하여서는 약하다. 만약에 지표가 완전히 평평하다면 지하의 암석들은 전단력이나 잡아당기는 힘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있으면 지하의 암석은 위치에 따라 불균일한 압력을 받게 되고 전단력을 받게 되는 , 이것을 견디는 암석의 강도가 산의 높이를 결정한다. 중력이 약하면 높은 산을 쌓아도 암석의 전단한계보다 작으므로 산이 유지될 있다. 암석은 잡아당기는 힘에 대하여 약하기 때문에 천장이 있는 지형은 영화 포스터같이 그처럼 대규모로 생길 없다. 위쪽이 찢어지기 때문. 어마무시하게 추운 세계에 대한 클리쉐를 고민 없이 옮겨놓은 느낌이라 해야 같다. 고증에 고민 없이 분위기에만 집착한 결과일 것이다.

추가로 대기와 해양의 성분과 순환에 대하여서도 의문을 제기할 있겠지만, 영화는 다큐가 아니라 드라마잖아. 그래도 현실성 있는 외계행성의 모습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매우 매우 실망스러웠다. 현대물리에 대한 고찰은 했지만, 행성에 적용되는 고전물리는 등한시 같아서 많이 언짢았다. 사실 영화의 문제이긴 한데, 중력을 너무 물로 본다. 행성의 중력도 물로 보지만, 2시간이 23년이 되는 깊이까지 블랙홀에 접근해 놓고, 로켓추진력을 이용해 돌·아·온·다. 그러지 않으면 영화가 되지 않았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부끄러운 짜증이 밀려오는 부분이 부분이다. 나에게 영화는 SF적인 상상력을 만족시켜주지 못한, 예상치 못한 헐리우드 가족 드라마였는데, 마치 SF영화의 이정표인 홍보되는 모습들과, 그에 휩쓸린 예상치 못한 호평들이 나를 황당하게 만들 것이다. 영화에 사용된 과학적인 부분이 토론되는 곳에서도 상대성이론이나 웜홀 블랙홀 사상의 지평면 따위에 대한 문답들이 토론되지, 행성의 현실성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별세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영화에 묘사된 행성들의 경관에 대하여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는 모양새다.
내가 지식의 인플레라고 표현한 부분이 부분이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뉴턴의 고전 역학의 세계가 뒤집어졌다라는 선언적인 문장은, 어떤 (실재로 많은) 사람들에게 뉴턴의 역학이 틀렸다는 단편적이고 부정확한 인상으로만 기억된다는 것이다. 중등과정의 물리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래서 성적이 낮았다면), 어차피 틀린 배우냐는 무식용감이 튀어나와 자기방어기제를 완성하는 경우도 있는 같다. 상대성이론을 가져왔다는 이유로 그런 부분에서만 영화에 대한 여러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은, “남들이 그러니 나도”類의 속물근성을 보는 같다. 특히나 영화 재미 없었으면, 상대성이론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실소가 나오는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나는 겁장이다. “넌 행성에 적용되는 고전적 물리를 안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속물이로구나”라는 비난이 두려워 쯤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비견되는 작품을 씹는 글을 마친다.


사족
생각에 2-3 뒤에 나오는 헐리우드 SF에는 현실적이고도 이색적인 행성의 경관을 고찰한 영상이 등장할 것이다. 미국이니까. 인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그렇고, 최소한 미국은 우리나라 같은 항시적 Night Fall 진행되는 나라가 아니라서, 이번 <인터스텔라> 한계를 (기억하고) 극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미국을 찬양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지식이 전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가 기본적으로 우리 이거 했어요, 만들었어요 하고는 소멸해버려서, 장기적으로 지식이 축적되지 않는다. 연구 성과는 한글로 문서로 종합되지 않고, 영문 논문으로 남는다. 한글 문서로 남겨져도, 글은 결코 쓰인 글이라고 없는 수준이고, 그렇다고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다. 한국어는 학문에 이용되는 언어인가하는 질문을 자꾸 하게 된다.

다른 사족은 영화의 과학적 개연성과는 별로 상관 없는 부분이다. 행성에 착륙하기 전에 행성의 표면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 원격탐사를 하라는 말이다.

11월 28일, 잘못된 단어들을 수정하고, 문장을 가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