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1일 월요일

메신저 수성도착

미국의 수성탐사선이 수성에 도착했다. 18일의 일이다. 발사되기는 2004년 8월에 발사되었는데, 이제야 수성선회궤도에 들어올 수 있었다. 수성의 중력은 약하기 때문에, 탐사선이 수성의 중력권에 잡히기 위해서는 속도를 충분히 줄여야 한다. 그런데 수성은 태양에 더 가깝기 때문에 지구에서 수성으로 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높은 곳에서 물건을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당연히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금성이나 화성에 대하여서는 에어브레이크 방법을 쓸 수 있지만, 수성의 박약한 대기에 대하여서는 그런 방법을 쓸 수 없다. 대신 행성들의 중력을 이용하여 속도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메신저는 발사 후 그 동안 지구를 한 번, 금성을 두 번, 수성을 세 번 지나면서 속도를 줄여왔고 (그 동안 태양 주위는 15번 공전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수성선회궤도에 들어가기 위해서 600kg의 연료를 역분사 해야 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수성에 대한 지식에는 모순이 있다. 수성의 표면은, 검버섯 같은 바다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만 제외하면, 달과 비슷하다. 충돌구로 뒤덮힌 이 작고 뜨거운 행성의 표면은, 이미 이 행성이 열적 진화가 끝난 죽은 행성임을 암시하는 것 처럼 보인다. 속이 아직 뜨거운 지구형 행성은 껍데기가 햐땩햐땩 디비지기 때문에 충돌구를 그렇게 오래동안 모을 수 없다. 그런데 반면에, 이 행성은 자기권을 가지고 있다. 지구의 자기권은 아직 식지 않은 액체상태의 핵이 대류를 하는 이유로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유를 하자면 이 죽은 것 같은 행성을 가까이 가서 보니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성에 대한 다른 두가지 관전 포인트는 밀도와 얼음이다. 먼저 수성은 지나치게 밀도가 높다. 금속으로 된 핵이 다른 지구형 행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크다는 이야기인데, 수성은 암석질 성분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다음 포인트는 수성의 극지에 생긴 충돌구 분지에서 발견된 얼음의 흔적이다.

메신저에는 여러 관측장비들이 붙어있다. 일련의 감마선, X-선, 중성자,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까지를 포함하는 몇개의 분광기들이 달려있고, 자기장을 매핑하기 위한 기구, 레이저 고도계, 지표와의 상대속도를 제기 위한 레이더 (이를 통해 중력장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지표기복을 얻기 위한 입체시 카메라가 달려 있다.

수성을 향한 다음 미션은 ESA와 JAXA가 공동으로 2014년 발사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BepiColombo라는 미션이다. 이 미션은 당연히 메신저의 결과를 토대로 설계된다. 베피콜롬보는 수성 표면에서 200 km 고도의 원형궤도를 돌면서 고해상도 자료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신저는 이지러진 타원궤도를 돌고 있는데, 가까울 때는 수성 표면에서 20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멀 때는 15000 km까지 멀어진다. 고해상도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케플러의 면적 속도 일정의 법칙을 기억하라)

메신저가 이렇게 긴 타원궤도을 돌게 된 것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빠른 속도로 진입하면서도 수성 중력권에 들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도 있지만, 덕분에 수성에서 멀어질 때에는 태양풍에 대한 관측이 가능해지고, 또한 태양과 수성 표면 양쪽 사이에서 가열된 선체를 식히는 시간을 벌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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