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2일 토요일

U와 V 그리고 에반겔리온

그리스 문자에는 영어의 v 발음을 나타내는 글자가 없다. 고대 라틴어의 명문에는 U를 찾아볼 수 없고, 그 자리에는 대신 V가 들어가 있다. 아랍어에는 f에 해당하는 ف는 있지만, v에 해당하는 글자는 없다. 대신 아랍어에는 b는 있지만 p는 없다.

그리스어에는 좋다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
ευ- 가 있다. 당장 기억나는 eu로 시작하는 단어라면, 진핵생물을 뜻하는 eukaryote.... 밖에 생각이 안나네. 사전을 찾아보니, eulogize, euphemism, eyphoria (양심상 예전에 외우는 노력이라도 해 봤던 단어들만) 등이 있다. 사람 살기 좋다는 Eurasia 대륙은 당연히 포함이 안될것이다.

여기에 전령을 뜻하는
ἄγγελος가 합쳐지면서 evangel- 이라는 어근을 낳았다. u와 v가 왔다갔다 하니까 가능하다. 이 단어는 좋다라는 뜻을 福으로, 전령을 전령이 전하는 말에 집중하여 音으로 옮겨 복음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놀라워라.

1990년대 후반, 좋은 소식을 전한다는 전령은 사도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되어 EUrasia 대륙의 동쪽 끝에서 피를 튀기며 싸움박질을 하게 되었다. 전편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양산형 에바들이 2호기를 섭취하는 장면이었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전령이라는 뜻의 기의가 2500여년에 걸쳐 변화되어, 토사물에 섞인 라면가닥을 두고 다투는 관악산 공원 앞 비둘기 떼보다 더 혐오스러운 모습이 되었다는데까지 생각이 이르자, 마치 토사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더 이상 글을 쓸 마음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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