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0일 목요일

閑談

오늘까지 프로젝트의 중간 발표 준비를 끝냈다. 원래 뭔가 이렇게 중간이든 끝이든 매듭지어야 할 때가 오면, 똥줄이 타기 마련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주제의 특성상, 그럴싸한 그림이 전부터 좀 나와 있었기 때문에, 포멧을 변환하고, 예쁘게 모아서 프리젠테이션을 만드는 수준에서 끝이 났다. 그래도 마감은 마감이니까 정신없었다. 이번에 갈무리한 것을 바탕으로 논문이 한 편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만의 생각인 것일까. 그래서 아직 학생인가보다.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2주 후에 또 학회가 있어서, 그거 준비 때문에 또 바쁠 것 같다. 빨리 8월이 와야 쉴 수 있다. 7월 말에 또 학회다. 가지도 못할 학회지만, 프리젠테이션은 만들어야한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마지막 사랑》을 박기영이 불렀는지 몰랐다. 그 멜로디가 갑자기 생각나서 가사를 검색해 보니까 그거 제목이 《마지막 사랑》이었고, 가수는 박기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작》과 같은 엘범에 실렸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찾아 듣고 난 다음으로는 계속하여 듣고 있다. 그렇다고 가사에 감정이 몰입되는 상태는 아니고, 그냥 멜로디가 너무 좋으니까. 낮에 발표자료 준비할 때도, 속으로 흥얼거리며서 일했다.

그렇지만 1999년 봄은 역시 핑클 2집의 계절이었다. 7교시와 8교시 사이의 쉬는 시간, 서쪽으로 난 교실 창문에 쳐 놓은 블라인드 사이로 나른한 햇볕이 들어왔다. 서쪽으로 뉘였뉘였하는 해에서 나오는 광선은 긴 대기를 통과하면서 단파장 성분이 꽤나 흡수되기 때문에 조금 노랗게 보이고, 그래서 나른해 보인다. 다음 시간 책을 빌리러 갔는지 화장실에 갔는지 자리를 비운 옆자리 놈의 의자까지 차지하고 누워서, 영어듣기하라고 사주신 카세트에 핑클 2집 테이프를 넣고, 교실 뒤의 소란으로 여신들의 목소리가 차마 침식당할까 이어폰을 귀에 꽉 꼽고 소리를 높여 듣고 있으면, 나른함은 사라지고, 그저 정신이 아찔해 올 따름이었다. 핑클 2집의 속지는 하얀색 바탕에 각 멤버의 여신 컨셉 2등신 커리커쳐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걸 보면 존슨이 기립했다. 다분히 제작자의 의도가 아니었던가 한다. 그 때가 5월이었다.

5월은 참 좋은 계절이다. 5월의 또 다른 기억은 중학교 때이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동래 분지의 시가지를 굽어볼 수 있었다. 머리 위 높이 떠 있는 태양에 회색 도시조차 하얗게 비치고, 황령산, 배산의 푸르름이 짙어지고, 하늘은 새파랗고, 뭉개구름이 조금씩 피어오르는, 상큼한 오전의 3교시 국어시간이었다. 나는 6반이었고, 국어선생님은 4반이었다. 국어시간에 어쩌다 보니까 “바르고 고운말을 써야 합니다.”라고 국어선생님이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는 그 순간, 4반에서 난생 처음 들어보는 희한한 욕설의 고성이 창문 밖에서 들려왔다. 고환과 자식을 찾는 내용이었는데, 너무나 생소한 나머지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자기 반 학생임을 아는 국어선생님은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미친놈입니다.”라고 하시고 말았다.

여기서부터 이어지는 내용은 반사회적일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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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결론은 일이 하나 마무리되어서 기분이 좋고, 한가로운 여유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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