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일 목요일

의미도 없는 개소리

연말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싼 표를 찾다 보니 암스테르담에서 환승을 해야했다. 유럽연합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었으므로, 입국 심사는 그 공항에서 하게 되었다. 내가 입국심사대에 도착했을 때에는 모든 게이트가 잠시 닫혀있는 상황이었다. 잠시 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오른쪽으로 저 만치에서 입국 심사대 직원이 분명한 젊은 남자들이 제복을 입고 떠들고 키득거리고 있었다. 네덜란드말 특유의 좀 크크 거리는 음색으로 과장된 웃음을 지으며 서로 희롱하는 걸 보니, 가히 질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저그들끼리 노닥거리면서 승객은 게이트 앞에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몇 분 있지 않아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고, 망중한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던 이 친구들도 하나 둘 게이트를 열었다.

그 때 바로 내 옆 줄에는 묘령의 젊은 처자들 셋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네들이 들고 있는 여권에 적힌 글자로 보건데, 한국인이 분명했다. 내 여권을 가져 간 그 심사원은 근엄한 표정으로 도장을 찍을 면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옆 줄의 그 처자의 여권을 받은, 그 희한한 목소리로 기괴한 웃음을 짓던 그 직원은, 대뜸 그 처자에게, 멀쩡한 목소리로, 목적지가 어디냐고 영어로 묻는 것이 아닌가?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공무상 필요한 질문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질문을 받은 그 처자였다. 눈망울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그 직원을, 죠넨 희한한 목소리로 웃던 그놈을, 바라보며 티롤에 놀러 간다고 기뻐 마지않는 표정으로 대꾸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와중에 나는 도장이 찍힌 여권을 넘겨받았고, 심사대를 지나왔기 때문에, 그 좀 왠지 이상하고 부조리해 보이는 그 대화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계속해서 보지 못했다.

슈스케의 크리스가 성추문에 휩싸였다고 한다. 썩 유쾌하지 못한 기억이 떠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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