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었었다. 보고서를 마감하고 기분이 홀가분했던 지난겨울의 어느 날, 형과 동네 술집에서 맥주를 간단히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꼴을 흉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참 웃기더라. 머리 속에서는 수 없이 맴돌던 그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와 다시 그 소리가 귀를 통해서 머리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술을 먹어서인지, 형 앞에서 부끄러움도 잊고,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을 반복하며, 눈물을 연신 훔쳐가며 철철 울었었다.
그 분이 돌아가셨을 때도 많이 많이 울었었다. 그 때는 정말 많이 울었었다. 억울함과 분노에 그리 울었지만, 사실은, 사실은, 내 자신이 더 많이 부끄러웠다. 배은망덕의 악취로 뒤덮인 개백정 새끼 이인규를 비롯한, 창녀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개쓰레기 검찰 씹새끼들따위가 대통령의 머리끄뎅이를 잡고 동네방네 돌려가며 지 마음대로 개병신킹 인증했다고 낙인을 찍고, 좆밥 병신 만들듯 창피를 주며 가지고 놀 때, 그리고 매국언론들이 그것을 받아쓰고 고래고래 악을 쓰며 노무현 개새끼라고 핏대 올리며 왱알대며 질러대고 있을 때, 나는 게으르고, 침묵했기 때문이다. 더러운 이명박임을 알고도 대통령으로 만든 개자식들에게는, 가공된 노무현의 더러움이 필요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덤으로 이제는 쓰레기가 되어 똥통에 처박힌 그를 태워 죽일 수까지 있다면야, 더 바랄 게 없었겠지. 그 때 나는 노무현을 논리적으로 변호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일에 게을렀고, 검찰의 저열함을 성토하는 내 작은 목소리가 “나의 노무현은 그렇지 않아”라도 강변하는 덕후로 보이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침묵했고, 그 분은 돌아가셨다.
당연히 내 따위가 덤비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그 분의 선택과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나는 내가 그 때 보인 그 비겁한 모습이 항상 부끄럽게 떠오른다. 그래서 한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내가 부끄러워져서 견딜 수 없었다. 그 분의 떠올리는 것조차 힘이 들어, 사 놓았던 김대중 자서전도 그가 등장하는 곳부터는 읽지 못하고 있고, 노무현 자서전은 용기내서 사기는 했지만 더더욱이나 시작도 못 하고 있다. 그러다가 그 날 저녁, 술기운 때문이었는지, 세상 돌아가는 꼴이 너무나 역겨웠기 때문인지, 입에서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말이 튀어나왔고,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한참을 콧물을 흥흥 거리고, 자꾸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다가, 갑자기 자랑스러워졌다.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미치도록 자랑스러웠다. 그 자랑스러움에 감동받아 또 진정되어가던 눈물이 쏟아졌다.
그 분이 돌아가셨을 때, 백색테러단이 빈소에 들이닥쳐 닥치는 대로 집기를 깨부수고, 서정갑인가 하는 개는 그 분의 영정사진을 전리품 취급하며 들고 흔들고 기자회견을 했다. 시민들의 분향소는 닭장차들이 둘러쌌고, 이에 대해 주상용은 아늑한 분위기라 시민들도 좋아한다고 개드립을 쳤다. 작년 1주기 때, 정몽준의 축구협회는 생뚱맞게도 그 전날 한일전 축구를 잡았었다. 정부에서는 묘역에 대하여 한 푼의 국고 지원도 하고 있지 않는 판국에 집권 개나라당은 2년 동안 한 번도 묘역을 찾지 않았다가 이제야 가서는 도리니 어쩌니 하면서 짖고 앉아있다. 억울하냐고? 그렇지 않다. 그 분이 돌아가셨을 때, 조선일보는 그의 죽음을 있지도 않는 단어인 “사거”라고까지 표현하며, 사설에서 만평에서 기사에서 그의 삶과 인격을 폄훼했다. 그 때 깨달았다. 조선일보에게서 칭찬받는 죽음이라면, 개털 한 가닥만한 가치도 없는 삶이라는 것을, 5·18 기념식, 4·3 기념식에 이명박이 오는 것이, 영령들에 대한 최악의 모욕이라는 것을, 개나라당이 서민을 입에 올릴 때가 바로 그들의 분열과 멸망이 가까워 온 때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내가 아는 노무현 대통령의 원칙은 이것 하나다. “특권이 통해서는 안 된다.” 특권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억울할 사람은, 실력과 주제에 넘치는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들뿐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특권에 도전하고 그것을 깨 부실 수 있는 유일한 힘이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너무 늦게 말씀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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