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0일 금요일

노숙행성

항성에 중력으로 구속되어있지 않는 행성의 존재가 마이크로 중력렌즈효과를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관측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http://www.nature.com/news/2011/110518/full/news.2011.303.html) 발광하는 별 앞을 중력을 가진 물체가 지나가면, 통과하는 물체의 중력에 의해 광선이 구부러지기 때문에 뒤에 있는 별의 밝기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중력렌즈에 의한 밝기 변화는 다른 효과와는 구분되는 특정한 광도변화패턴을 보여주게 되므로, 중력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그 특징적인 변화패턴은 http://www.youtube.com/watch?v=yjXK3u7hC5A에서 볼 수 있다. 관측 결과 추산되는 이런 노숙행성의 질량은 10 목성질량 정도, 은하계 내에서의 수는 4000억 개로 주계열성의 수의 두 배 정도라고 한다. 원문에 아직 접근할 수 없으므로, 어떻게 해서 그 수의 추정이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기사는 칼텍의 데이비드 스티븐슨의 의견을 소개하며 목성의 경우 태양계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그 온도는 15도 밖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디에서 젠 온도가?) 또한 목성같이 큰 행성은 그 주위에 동반 위성을 가지는 경우 역시 흔할 것이므로, 그런 위성에서는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자연히 더욱 흥미를 끌게 되는 것은 지구 질량의 노숙행성인데, 지구 같은 행성이 성간매질의 차디 찬 영역에 간다 하더라도, 수소대기를 가질 경우, 액체 물로 이루어진 해양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 기사는 어떻게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고 있다. 웹에서 좀 검색을 해 보자, 이런 기사가 나왔다. (http://abcnews.go.com/Technology/story?id=99213&page=1) 또한 논문을 찾아볼 수 있었다. (http://www.gps.caltech.edu/uploads/File/People/djs/interstellar_planets.pdf) 항성의 전자기복사가 닿지 않는 노숙행성에서도 수소로 된 대기가 충분히 짙을 경우 (심해저의 압력정도가 되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안타깝게도 지구의 대기를 이루고 있는 질소와 산소는 수소 정도의 절연효과를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런 행성의 경관은 당연히 매우 어두울 것이고, 게다가 물, 암모니아, 메탄의 구름이 차례로 층을 이루고 있으므로,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단, 화산활동에 의해 지면 가까운 곳의 대기가 어스름한 붉은 빛을 때때로 내비칠 때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럴 경우, 마치 지구의 열수분출공에서 그러한 것처럼, 생명이 그 주위에서 번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지구에 비해 5000분의 1 정도의 에너지만이 허락된다.

생명을 보듬는 노숙행성이라도, 그 행성이 완전히 식어버리면 그 희박한 생명의 끈 또한 없어진다. 행성이 오래오래 생명을 보듬으려면 속이 뜨겁게 유지되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행성이 크면 된다. 큰 행성은 더 많은 방사성 원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오래 동안 붕괴하면서 열을 낸다. 또한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가 작으므로 천천히 식는다. 사실 그동안 방사성 원소의 붕괴열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행성을 데우는 또 다른 방법은 외부에서 역학적인 힘이 작용해서 그 에너지가 내부에서 열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예를 목성의 위성 이오에서 볼 수 있다. 이오는 목성의 강한 기조력으로 내부가 왕창 녹아있다고 한다. 얼마나 녹아있냐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건이었는데, 갈릴레오 탐사선의 자기장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거의 녹아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http://www.cosmosmagazine.com/news/4313/jupiters-moon-has-ocean-molten-rock) 녹은 암석은 전기 전도도가 높아지는가 보네. 몰랐다. 또한 최근에는 원시태양계 형성과정에서 거대기체행성의 중력으로 인해 지구형 행성들이 튕겨 나갈 때, 달 같은 위성을 달고 탈출할 수 있음이 제시되었다. (http://adsabs.harvard.edu/abs/2007ApJ...668L.167D) 그럴 경우 조석력이 계속 작용하게 되어 행성의 지질학적 활동을 강화하고 수명을 연장시켜줄 수 있다.

질문이 떠올랐다. 10 목성질량의 노숙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는 갈색왜성과는 어떻게 다른가. 위키피디아의 갈색왜성 항목은 이에 대한 답을 해 주었다. 수소 핵융합을 위한 최소질량은 75에서 80 목성질량이다. 반면 13 목성질량 이상만 돼도 중수소 핵융합은 가능하고, 65 목성질량에서는 리튬 핵융합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한편, 리튬과 메탄의 흡수선은 갈색왜성과 주계열성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주계열성의 온도에서 메탄은 존재하지 않고, 리튬은 주계열성에서는 최대 1억년 안에 모두 타버리기 때문이다, 라고는 하는데 사례별로 애매한 경우가 있어서 좀 논란의 여지는 있는 것 같다.

좋다. 그러면, 작은 갈색왜성과 어딘가 있을 왕목성은 어떻게 구별하는가. 갈색왜성의 크기(부피)는 질량의 상한선 근처에서는 전자축퇴압에 의해 거의 결정되는 반면 하한선 근처에서는 그냥 보통 기체의 짜부되는 정도로 결정된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갈색왜성의 반지름은 무거운 놈이나 가벼운 놈이나 할 것 없이 10%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크기로는 둘을 구분하기 힘들므로, 중수소 핵융합이 일어나느냐 그러지 못하느냐로 낙착을 보자는 것이 아직까지는 대세인 것 같다. 그 질량이 13 목성질량 정도인데, 이 경우 역시, 질량뿐만 아니라 중수소화 헬륨의 성분에 따라 그 값이 변한다고 한다.



큰 지구형 행성이 생명을 키우기에 유리하다는 것은 노숙행성에 대하여서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앞서 나온 스티븐슨의 견해를 따를 때, 질량이 큰 행성은 더 빨리 보온에 충분한 수소를 성간공간에서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래 동안 지질활동을 통해 지표에 에너지를 내보내기 위해서는 역시 큰 행성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 사는 생명들은 광합성이 불가능하므로, 화학합성을 고도로 발달시키며 진화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들에게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이들도 지구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세포핵의 형성, 세포의 종속적·수평적 합체와 기능에 따른 조직의 분화라는 테크트리를 타는 다세포 생물군이 생길까. 광합성이 빠졌다 뿐이지, 나머지들은 화학합성을 하는 생물에게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꽤 풍부하게 존재할 수소는 빛이 아니더라도 엄청난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것 같은데. 또한 포식이라는 전략은 어디에서나 충분히 경쟁력 있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행성에서 육지는 무엇일까. 분명 물을 통한 물질의 순환이 있겠지만, 그 순환이 너무 느릴 것이다. 액체 상태의 물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일사가 없는 환경에서 과연 비는 얼마나 올까. 그 공간도 결국에는 진화한 생명에게 삶의 터전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수도 없이 매우 효율적인 생명으로의 진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결국 그들의 효율성이란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생태적 물질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고갈시킬 뿐이었기 때문에, 혁신적 도약들은 번번히 파국적인 깽판으로 끝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중간정도에서 다시 시작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을지도.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인간의 문명의 효율성이 비슷하게 작용하지나 않을는지 걱정이 들었다.



번역에 대한 변백
항성에 중력으로 구속되어 있지 않은 행성질량의 천체를 영어로는 rogue planet이니까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광폭한 행성이라 하는 것 같다. 독일어로 된 신문 기사에서는 고유명사로 쓰인 경우는 보지 못했고, verw6aister Planet이니까 고아행성, 또는 einsamer extrasolarer Planet이니까 단독외계행성 정도로, 프랑스어는 Objet libre de masse planétaire이니까 행성질량 자유물체, 이탈리아어는 Pianeta interstellare 이니까 성간행성, 일본어는 자유부유혹성, 중국어는 성제행성이라고 칭하는 것 같다. 독일어 말고는 위키피디아의 인터위키를 참조했다. 한국어 인터위키는 떠돌이 행성으로 표제어가 달려있는데, 행성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떠돌아다니는 별이라는 뜻이므로 썩 훌륭해 보이지는 않는다. 자유행성이나 독립행성은 결코 혼동되는 의미로 실재 쓰일 일은 없겠지만, 왠지 정치적인 느낌이 들고, 방랑행성은 무슨 판타지 세계관에나 등장할 것 같다. 떠돌아다니는 처량한 신세지만, 떠돌아다닌다는 뜻이 중복되지 않게 표현하기에는 노숙만한 게 없겠다 싶어서 이 글에는 노숙행성이라고 옮겨 적었다. 순수한 사견이다. 글을 완성하고 나니, 가출행성이나 출가행성도 그럴듯 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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