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3일 토요일

한글전용도 좋지만, 인·지명 정도는

인터넷에서 기사를 읽다 보면, 개인적으로 그에 대한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 기자들의 수준이 대체로 엉망인 경우도 있고, 혹은 그들 업계의 업계 표준이 소비자의 수준을 상당히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인 듯한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검색어가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글전용의 맹점이 드러난다.

내 같은 경우에, 추가조사의 대상이 되는 검색어들은 주로 인명, 지명, (기사에 소개된) 기술·기법의 명칭 정도이다. 그런데 한글로 표시된 이들 검색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방금 읽었던 기사만 뜨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그리고 그 다음 순위로 올라오는 검색 결과들은 검색 단어의 일부만 일치하는 경우들이다.

한글전용으로 쓰여진 기사에는 한자나 로마자가 일절 병기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검색을 통해서 검색어에 해당하는 한자표기나 로마자 표기를 찾을 수 있으나, 기자가 정확한 외래어 표기 규정을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옮긴 경우에는 그마저 여의치 않다. 한자병기가 안 된 중국이나 일본 인명·지명 역시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다.

성격이 지랄같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기사를 보면, 기자의 몰상식과 무례함에 화가 난다. 애초에 기사를 검색할 필요가 없게 상세하게 쓰던지, 자기 실력으로 그게 안되면 독자들이 좀 더 찾아볼 수 있게 추가 정보를 함께 표시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이런 불쾌한 경험들이 좀 쌓이다 보니까 한글 전용론자들을 좀 편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한글전용이되,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괄호안에 병기”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한글전용에 대한 태도이다. 가끔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괄호안에 병기”조차 허용하지 못하는 한글 전용론자들이 있다. 이들은 애매함이 없도록 문장을 다시 쓰면 된다고 주장한다. 당연하다. “구축하다” 같은 동사는 驅逐하다 일 수도 있고, 構築하다 일 수도 있으니까, 의미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쓰면 안된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런데 그래도, 그래도, 고유명사마저 우리말로 풀어 쓸 수는 없지 않는가? 그것이 독자에게도, 그리고 또 언급되는 대상에게도 예의이지 않는가? 그런데도 한글전용 때문에 이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 무례함이 요즘들어서 지나치게 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더군다나 요즘 들어서는 로마자에 대하여서는 그나마 관대하지만, 한자에 대하여서는 중국·일본 인·지명인 경우마저도 보이지를 않아, 어쩜 이리 한자를 배척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괴하다.

한자와 로마자 병기가 충분히 된 친절한 기사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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