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30일 화요일

亡兆 풀 콜렉션 by 韓非子

전에 읽었던 《중국고대사회》라는 책에는 법가에 대한 설명이 짧게 나와있다. 사실 고등학교때까지 배우는 법가는, 진시황, 가차없는 형벌, 한비자 정도로 정형화 되어있는 것이고, 나이가 들어 더 알게되는 사실이라야, “사실 전통 동양 사회에서 유가는 당의정 역할을 했을 뿐이고, 알맹이는 법가야.” 정도에 불과했다. 흐흐 손자가 전쟁은 속임수라 했거늘, 사실은 통치 역시 속임수.

《중국고대사회》 흥미로웠던 부분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법가는 과거의 인치철학에 동의하지않고 법으로서 죄를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하였으며, 그렇게 하면 백성이 믿고 죽는다 해도 원망하지않게 된다고 하였다. 만일 백성들로 하여금 행사준칙의 소재를 알도록 한다면, 심지어 관리가 위법을 하였다 해도 백성 또한 군주를 대신하여 감독하고 그 위법은 저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같이 하면 속이고 아첨하는 무리들이 군주를 기만할 수가 없게 된다.

내가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관리의 위법을 백성들이 저지할 수 있다는 이상이다. 나는 여기서 민주주의가 떠올랐거든. 백성이 죽는다 하더라도 억울해 하지 않는다는 것은 법 앞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작동하는 감시와 견제는 법률로 보장되는 것들 아니던가? 결국 법가의 문제제기 역시 관료들의 비행을 방지해서 나라를 유지시키는 데에 있는 것이다.

사실 법가가 문득 떠오른 이유는 한비자가 말한 망국의 10가지 징조라는 게시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검색해 보면 흔하게 나오는 자료라 링크를 걸지는 않는다. 뭐 속이 시원한 소리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2300년 전의 사람이 한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적확할 수는 없는 법 아닌가? 헌데 모든 게시물들이 《한비자》의 원문을 병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심이 들었다. 위키문헌 중국어판에서 한비자를 찾아 들어갔다가, 그 내용이 한비자 15 亡徵편에 나오는 내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위키문헌의 망징편에 설명된 10개의 망조를 한글로 된 게시물의 항목들과 상응시킬 수가 없었다. 한문을 읽을 능력은 되지 않지만, 해석을 따라가면서 한자와 단어를 연결시킬 수준은 되거든.

운 좋게 발견한 위키문헌 한비자 항목의 맨 아래에 있던 링크를 타고 전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비자 15 망징편은 모두 47개의 나라가 망할 징조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한글로 돌아다니는 버젼은, 그 중에서 취사 선택 및 편집된 것이다. 한글판의 몇몇 항목은 원문에 비슷한 내용이 없거나 짧은 망조들이 합쳐진 듯 보인다. 그런데 구지 10개를 추려냈으나, 거의 다 조금씩은 해당 사항이 있긴 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한비자는 망한다(亡也)고 단정하지 않고 망할 수 있다(可亡也)라고 하고 있으며 특히 맨 마지막에 이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어떤가. 희망이 솟아나지 않는가?

전문과 해석 그리고 링크를 아래에 轉載한다. 앞에 별표된 항목은 인터넷 초이스이다.

凡人主之國小而家大,權輕而臣重者,可亡也。
무릇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는 작은데 대부들이 차지한 영토는 크며, 임금의 권위는 가볍고 대신들의 세도가 무거우면 그나라는 망한다.

簡法禁而務謀慮,荒封內而恃交援者,可亡也。
*법률과 금령은 등한히 하면서 모략과 사사로운 꾀에만 힘쓰고,나라 안의 정치는 거칠게 하면서 나라밖의 외교와 원조에만 의지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群臣為學,門子好辯,商賈外積,小民右仗者,可亡也。
*여러 신하들이 쓸데없는 학문을 익히고 귀족의 자식들은 공허한 변설을 즐기며, 장사치들은 재화를 나라 밖으로 빼돌려 쌓아놓고 서민들은 나라 안에서 곤궁하게 지내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好宮室臺榭陂池,事車服器玩好,罷露百姓,煎靡貨財者,可亡也。
*임금이 화려한 궁전과 높은 누각, 정원의 연못만들기를 즐기고, 아름다운 수레와 옷입기를 좋아하며, 편리한 기구나 노리개 같은 사치 때문에 민중을 괴롭히고 재화를 지나치게 쓰면 그나라는 망한다.

用時日,事鬼神,信卜筮,而好祭祀者,可亡也。
임금이 때와 날을 받아 길흉을 정하고, 귀신을 섬기며, 점을 믿고, 제사지내는 것을 즐기면 그 나라는 망한다.

聽以爵不待參驗,用一人為門戶者,可亡也。
나라의 관직이 몇 사람의 중신의 힘에 의해 좌우되고, 벼슬과 봉록을 재화로써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

官職可以重求,爵祿可以貨得者,可亡也。
중신의 알선으로 관직이 주어지고, 뇌물을 바쳐 작록을 얻을 수 있는 나라는 망한다.

緩心而無成,柔茹而寡斷,好惡無決,而無所定立者,可亡也。
임금이 나태하여 이루는 일이 없고, 유약하여 무슨 일이든 결단을 내리지 못하며, 옳은 일과 그릇된 일을 결정짓지 못해 확고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며, 옳은 일과 그릇된 일을 결정짓지 못해 황고한 자립의 태도가 없으면 그 나라는 망한다.

饕貪而無饜,近利而好得者,可亡也。
임금이 탐욕스러워 항상 만족함이 없고, 이익을 가까이하여 소유함을 즐기면 그 나라는 망한다.

喜淫而不周於法,好辯說而不求其用,濫於文麗而不顧其功者,可亡也,
임금이 형벌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여 법률에 용의주도하지 않고, 변설을 즐겨 그 실용에 마음을 두지 않으며 꾸며낸 글에 홀려 그 공로를 돌아보지 않으면 그 나라는 망한다.

淺薄而易見,漏泄而無藏,不能周密,而通群臣之語者,可亡也。
군주의 사람됨이 천박하고, 밖에서 쉽게 엿볼 수 있으며, 비밀을 가슴속에 간직해 두지 못하고 바로 누설시키며, 주의는 산만하고 신하들의 말을 밖에 알리는 그러한 나라는 망한다.

很剛而不和,愎諫而好勝,不顧社稷而輕為自信者,可亡也。
*임금의 성품이 너무 강해 남과 화합할줄 모르고 간언을 물리치고 남에게 이기기를 즐기며 나라의 이익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스스로의 믿음에만 의존할 경우 그 나라는 망한다.

恃交援而簡近鄰,怙強大之救,而侮所迫之國者,可亡也。
*임금이 다른 나라와의 동맹이나 원조만 믿고 이웃나라를 얕보고, 강대국의 도움에 의지하여 가까운 나라를 멸시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羈旅僑士,重帑在外,上閒謀計,下與民事者,可亡也。
다른 나라에서 옮겨와 더부살이 하는 선비가 처자나 재산은 나라밖에 두고, 위로는 임금의 모사에 관여하며 아래로는 민정에 관계하는 경우 그 나라는 망한다.

民信其相,下不能其上,主愛信之而弗能廢者,可亡也。
신하와 백성은 재상을 믿고 있지만, 군주에게는 심복할 수 없다고 하는데도 군주는 그러한 재상을 신임 총애하고 있으면 권력은 아래로 옮아 가므로 그러한 나라는 망한다.

境內之傑不事,而求封外之士,不以功伐課試,而好以名問舉錯,羈旅起貴以陵故常者,可亡也。
*임금이 나라 안의 뛰어난 선비를 기용하지 않고 나라 밖에서 선비를 모셔와 관직에 앉히며, 공로로써 시험해 보지도 않고 명성으로 진퇴를 결정하는 바탕으로 삼으며, 외국 사람만 믿어 그 지위를 귀하게 하여 기존의 신하보다 귀하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輕其適正,庶子稱衡,太子未定而主即世者,可亡也。
적출의 공자는 경시되고 서자가 세력이 있으며, 태자를 아직 책봉하기도 전에 군주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大心而無悔,國亂而自多,不料境內之資而易其鄰敵者,可亡也。
군주가 소탈하여 과실을 후회하지 않고 나라가 혼란한데도 자기 재능만을 믿고, 제 나라의 실력도 모르고 이웃 나라를 경시하는 나라는 망한다.

國小而不處卑,力少而不畏強,無禮而侮大鄰,貪愎而拙交者,可亡也。
자기 나라가 소국인데도 대국에 대하여 겸손하지 않고, 무력하면서 강대국을 경계하지 않고 탐욕적인 서투른 외교를 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太子已置,而娶於強敵以為后妻,則太子危,如是,則群臣易慮,群臣易慮者,可亡也。
태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부왕이 강대국의 공주를 정부인으로 맞아들이게 되면 태자의 지위가 위태해진다. 그렇게 되면 신하들은 마음이 변하여 부인 편에 서게 되는데 그런 나라는 망한다.

怯懾而弱守,蚤見而心柔懦,知有謂可,斷而弗敢行者,可亡也。
군주가 겁쟁이이며 지조가 없고 미리 알고 있으면서도 손을 쓰지 못하고, 단행해야 된다고 느끼고 있으면서도 결행하지 못하는 나라는 망한다.

出君在外而國更置,質太子未反而君易子,如是則國攜,國攜者,可亡也,
군주는 망명하여 다른 나라에 있는데 그 나라에서 다른 군주를 추대하거나, 타국에 인질로 가 있는 태자가 귀국하지 않고 있는데 군주가 다른 자식을 태자로 옹립하거나 하면, 민심이 국가에서 이탈할 것이며 따라서 그러한 나라는 망한다.

挫辱大臣而狎其身,刑戮小民而逆其使,懷怒思恥而專習則賊生,賊生者,可亡也。
군주가 대신을 모욕하면서도 때로는 너무 허물없이 대우하고, 아래 백성에게 함부로 형벌을 가하거나 하면, 그들의 원한은 그칠 줄 모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도처에서 난동이 일어나고, 그 나라는 망한다.

大臣兩重,父兄眾強,內黨外援以爭事勢者,可亡也。
두 대신이 동일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군주의 백숙부나 형제가 권력 기구에 참여하여 세력을 펴고, 국내에는 도당이 있어 외국의 원조를 얻어 권력 싸움을 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婢妾之言聽,愛玩之智用,外內悲惋而數行不法者,可亡也。
군주가 몸종이나 시녀들의 말을 받아들이고, 총신이나 광대의 계획을 실행하면, 궁정의 안팎에서 원성을 듣게 될 것이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거듭 불법을 행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簡侮大臣,無禮父兄,勞苦百姓,殺戮不辜者,可亡也。
대신을 소홀하게 대우하고 일족의 존장에게 무례를 범하며, 서민을 못살게 굴고 죄 없는 자를 죽이면 그 나라는 망한다.

好以智矯法,時以行集公,法禁變易,號令數下者,可亡也。
군주가 법률을 왜곡하며 사사로운 일을 공적인 일처럼 처리하고, 법령을 함부로 변경하면서 수시로 호령을 내리면 그 나라는 망한다.

無地固,城郭惡,無畜積,財物寡,無守戰之備而輕攻伐者,可亡也。
국토에 요새가 없고 성곽도 형편없으며, 식량의 저장도 없고 물자도 적으며, 방어전의 준비가 없는 나라는 타국이 침공해 오면 곧 망한다.

種類不壽,主數即世,嬰兒為君,大臣專制,樹羈旅以為黨,數割地以待交者,可亡也。
군주와 친족이 장수하는 사람이 없고 잇따라 군주가 죽어 어린애가 군주가 되면 대신이 권력을 자행하여, 타국에서 온 자에게도 벼슬을 주어 패거리를 만들게 하고, 외교를 한답시고 영토까지 잘라 선물하게 되는 나라는 망한다.

太子尊顯,徒屬眾強,多大國之交,而威勢蚤具者,可亡也。
어떤 나라의 태자가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 이름도 널리 알려지고, 그를 중심으로 하여 세력이 구축되고 대국과의 교제가 많아지면, 군주와의 사이는 벌어질 것이며 결국 나라는 망한다.

變褊而心急,輕疾而易動發,心悁忿而不訾前後者,可亡也。
군주가 성미가 급하며, 안정되지 못하고 무슨 일이나 성을 내며, 앞뒤를 가리지 못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主多怒而好用兵,簡本教而輕戰攻者,可亡也。
군주가 자주 성을 내고, 함부로 군대를 동원하여 농사철을 잃으면서까지 전쟁을 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貴臣相妒,大臣隆盛,外藉敵國,內困百姓,以攻怨讎,而人主弗誅者,可亡也。
귀족들이 서로 투기를 하며 대신의 세도가 당당하고, 밖으로 외국의 응원을 받아 안으로 서민을 못살게 구는데도 그러한 자를 벌하지 않는 나라는 망한다.

君不肖而側室賢,太子輕而庶子伉,官吏弱而人民桀,如此則國躁,國躁者,可亡也。
군주는 우매한데 군주의 백숙부나 형제는 현명하며, 태자의 위력이 약하며 서자가 그에 대항하고, 관리가 힘이 없고 백성이 오만하면, 나라 안이 소란해져 그러한 나라는 망한다.

藏怒而弗發,懸罪而弗誅,使群臣陰憎而愈憂懼,而久未可知者,可亡也。
군주가 무엇에 노하고도 그것을 나타내지 않고 죄가 분명한데도 벌하지 않으면, 신하들이 은근히 군주를 미워하거나 걱정을 하여,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 있게 되어 반란 따위가 일어나서 나라는 망한다.

出軍命將太重,邊地任守太尊,專制擅命,徑為而無所請者,可亡也。
원정을 할 때 장군에게 무거운 권력을 주거나, 국경을 수비하는 장수에게 높은 지위를 주어 멋대로 재판을 하고 명령을 하며 독재적이고 군주의 지령을 기다리지 않으면 그 나라는 망한다.

后妻淫亂,主母畜穢,外內混通,男女無別,是謂兩主,兩主者,可亡也。
정부인은 음란하고 태후에게는 추행이 있고, 내전과 정부의 구별이 없으면, 정부인의 무리와 태후의 무리가 양립하여 암투하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后妻賤而婢妾貴,太子卑而庶子尊,相室輕而典謁重,如此則內外乖,內外乖者,可亡也。
정부인의 권위가 약하고 애첩의 권위가 강하면 태자보다 서자가 존경을 받게 되고, 안으로는 정부인의 당과 애첩의 당이 싸우게 되고, 밖으로는 태자의 당과 서자의 당 및 재상과의 사이에 불화가 일어나서 그 나라는 망한다.

大臣甚貴,偏黨眾強,壅塞主斷而重擅國者,可亡也。
대신이 극진히 존경을 받고 그들 도당이 강대하고 그 대신이 군주의 판단을 방해하며 국사를 멋대로 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私門之官用,馬府之世,鄉曲之善舉,官職之勞廢,貴私行而賤公功者,可亡也。
정실 인사에 의한 관리가 중용되고 공로 있는 자가 배척 당하며, 변두리에서 일어난 작은 선행 따위는 높이 평가되고, 국가에 헌신한 공로를 경시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公家虛而大臣實,正戶貧而寄寓富,耕戰之士困,末作之民利者,可亡也。
*군주의 금고는 비어 있는데 대신의 창고는 가득하며, 정착생활을 하고 있는 백성은 가난한데 유랑민은 오히려 돈이 많고, 농업과 전투에 종사하고 있는 자들은 천대받고 있는데 대단치 않은 직업에 종사하는 자만이 부자가 되는 나라는 망한다.

見大利而不趨,聞禍端而不備,淺薄於爭守之事,而務以仁義自飾者,可亡也。
군주가 눈앞에 큰 이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물어물 그것을 포착하지 않거나, 화가 미칠 징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만하여 그것을 경계하지 않고, 공격과 방어를 막론하고 군사를 소홀히 하며 오직 인의만을 가지고 외양에만 힘쓰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不為人主之孝,而慕匹夫之孝,不顧社稷之利,而聽主母之令,女子用國,刑餘用事者,可亡也。
군주가 주군으로서의 효도를 하고 싶다 하여 국가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모군의 명령에 따르거나 여자가 국정을 처리하며 내시가 국사에 참견하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辭辯而不法,心智而無術,主多能而不以法度從事者,可亡也。
군주가 말을 할 때 달변이긴 하지만 조리가 없고, 마음은 현명하지만 법과 술을 이용하려고 하지 않으며, 다재다기하나 법규에 의해서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나라는 망한다.

親臣進而故人退,不肖用事而賢良伏,無功貴而勞苦賤,如是則下怨,下怨者,可亡也。
신참의 신하가 진출하고 고참의 신하는 물러서며, 미련한 신하가 국정을 다투고 현명한 신하는 물러서며, 공로가 없는 자에게 높은 작록을 주고 노고가 많은 자를 천대하면 백성의 원한을 얻게 되어 그 나라는 망한다.

父兄大臣祿秩過功,章服侵等,宮室供養太侈,而人主弗禁,則臣心無窮,臣心無窮者,可亡也。
군주의 백숙부, 형제 또는 대신의 봉록과 관작이 그 공로에 비하여 무겁거나 등급을 표시하는 문장이나 복장이 분에 넘치고 그 저택이나 음식물이 사치스러운데도 군주가 금지시키지 않으면, 따라서 신하의 욕망은 한이 없게 되는데 그러한 나라는 망한다.

公婿公孫與民同門,暴傲其鄰者,可亡也。
군주의 사위나 손자가 백성과 같은 고을에 살며, 그 위세를 앞세우고 마을에서 설치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亡徵者,非曰必亡,言其可亡也。夫兩堯不能相王,兩桀不能相亡,亡王之機,必其治亂、其強弱相踦者也。木之折也必通蠹,牆之壞也必通隙。然木雖蠹,無疾風不折;牆雖隙,無大雨不壞。萬乘之主,有能服術行法以為亡徵之君風雨者,其兼天下不難矣。
본래 망징이라 함은 반드시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아니라 다만 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대저 성왕인 요왕금도 두 사람이 있엇더라면 두 사람 모두 임금이 될 수는 없고 폭군이 걸이 두 사람 있을 경우에도 두 사람 모두 망하는 것은 아니다.

멸망하거나 혹은 임금이 되는 것은 반드시 그 나라의 다스려지는가 어지러운가, 강한가 약한가의 상태가 어느 한쪽으로 편벽되어 나타날 뿐 양립될 수 없는데 그 까닭이 있다.

예컨대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반드시 벌레가 그 속을 갉아 먹었기 때문이고, 담이 무너지는 것은 반드시 어디인가 틈새가 잇기 때문이다. 나무 속을 벌레가 먹었더라도 강풍이 불지 않으면 나무는 부러지지 않을 것이며, 담에 틈새가 있었더라도 큰비가 내리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는다.

만승의 큰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이 술을 잘 쓰고 법을 바르게 행하며 나라 힘을 충분하게 길러두었다가, 멸망의 징조가 있는 나라가 있을 때 그 임금을 향하여 강풍대우 같은 역할을 다한다면 그 나라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천하를 합병하기도 쉬울 것이다.

번역 http://dolba.net/tt/k2club/2523 또는
https://docs.google.com/document/d/1q452wh3csWqN3bVNTKdpr6hiPw1g_zllLArxb9wqgfU/edit?pli=1

한문 원문 http://ctext.org/hanfeizi/wang-zheng/zh

2013년 4월 24일 수요일

관료의 질

지난 주말 산행을 했다. 동행했던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임진왜란 이야기가 나왔다. 임진왜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의견이 있는데, 곧 그 때 조선이라는 왕조가 망했어야 했다는 論이다.

특히나 전쟁 도중에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조선의 최고 권력자였던 선조가 보여준 비열한 행태들, 전후 퇴행으로 치달았던 조선의 지배층들, 그리고 정체되었던 지배층이 초래했던 19세기과 20세기의 끔찍한 결과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면, 조선이 그 때 망해서, 그래서 다른 역사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절로 솟아 오른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하지만 몇 개의 평행 우주가 16세기 말에 분기되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평행우주가, 조선이 가질 수 있는 최악의 경우였을지 생각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정유재란 때, 남해안에서 농성을 하던 왜군의 일부가 현지화에 성공해서, 17세기를 맞이하지 못한 조선왕조를 대체한 한반도의 지배자는 왜군과의 연합을 해야만 했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그들이 수 세기동안 점유상태를 유지했을 수도 있다. 왜군은 물러나고 조선은 망한다는 가정은 지나치게 순진하지 않나? 조선이 망했는데 왜군이 왜 물러나지?

유튜브에서 찾아 본 한명기 교수의 임진왜란 강의 (네 시간짜리 강의였는데, 매우 재미있었다)  마지막 편 질의 응답 시간에도, 비슷한 류의 질문이 나왔는데, 그 때 한명기 교수의 대답이 흥미로웠다. 아직 조선은 망할 때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조선 중기 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을 대충 적어보자. 한석봉, 정철, 유성룡, 이순신, 조광조 정도가 개인적으로 떠오르는데, 조광조 말고는 다들 선조 때 사람들이다. 관료의 선발체계는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을 단편적으로나마 볼 수 있다. 의병들 쪽을 보자. 의병장들은 대체로 지역의 儒頭였다. 지방 행정을 담당하거나 조력했던 사람들은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의병을 도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조선의 관료와 관료체제는 전면전을 수행하는 데에는 부적합했을지 모르겠으나, 비상시를 어쨌든 관리하고, 인력과 물자를 동원했던 측면에서 보자면 “아직 망할만큼 무능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와는 별개로 승병의 활약을 잊어서는 안된다.

당시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자. 일본은 당시 한 세기 반이 넘도록 이어진 격렬한 내전을 마무리하던 시기였다. 개전 당시 일본의 지배자는 豊臣 秀吉였으나, 아직 완전히 국내를 장악한 것은 아니었고, 단지 힘으로 힘겹게 누르고 있는 상태일 뿐이었다. 유력 다이묘(그러니까 현대식으로는 군벌)들은 독립적이었다. 豊臣의 카리스마가 사라지고 나자 억지로 출혈을 감수하고 있었던 다이묘들은 원정을 계속할 이유가 사라졌고, 전쟁을 종식되었다.

일단 최고 권력자의 망상 하나로 대규모 원정이 결정되고 실행될 수 있을 만큼, 내부의 의사 결정 시스템은 허술했다. 또 豊臣가 그 권력을 사후에 물려주지 못했던 것에서 볼 수 있듯, 관료, 혹은 이들은 군사집단이니까 막료집단이 갖추어 진 것도 아니었고, 있었다 해도 유능하지 못했다. 결국 임진왜란이 끝난 직후, 豊臣 집단의 집권은 끝나고, 德川네가 일본열도에서의 최고권력을 쥐게 된다. 이들의 행동 양태는 조폭 집단의 이합집산, 그리고 그 내부에서의 의사 결정을 연상시킨다.



국토가 초토화된 임진왜란 시기의 관료가 나름 유능했다고? 아직 감이 잘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조선이 맞이한 두 번째 위기 국면을 살펴보자. 고종의 신하들은 초기에는 민씨네 사람이었는데, 나중에 가면 고종은 그야 말로 온갖 잡놈들에게 고관 대작자리를 마구 던져준다. 고종과 민씨 커플은 조선 말기 전국적 매관매직 피라미드의 최상위 포식자였다.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 뇌물을 가져다 바칠 능력이 우선이지, 조정의 안위 따위는 아예 눈 밖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대신의 능력이 무슨 상관이 있으랴, 잘 빨아 많이 받치는 놈이 장땡인 것이다. 아오, 여기에 대하여서는 매천야록 등에서 읽은 게 좀 있는데, 인상만 남아서 가져다 쓸 만한 사실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하튼 관료의 질 측면에서 보았을 때, 고종의 조선은 이미 “망하지 않으면 이상한” 상태였다. 고종의 유능한 신하가 누가 있었는가? 아마 생각이 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한국 관료집단의 선구집단은 조선총독부 2류 관리들의 시다바리였다. 조선총독부에는 일본 내지에서 관료를 할 수 있을 만큼 유능하지는 못한 관리들이 파견되었는데, 조선인은 그 자리 마저도 차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료들은 50년대의 혼란에서 볼 수 있듯이 거의 어떠한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새로운 교육을 받은 신진 인재들이 관료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60년대부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실질적인 운행이 시작되었다.

2008년 이후 대한민국의 관료집단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변화는 쓰레기의 약진이다.  그들은 공적 의무를 행하는 대신, 공적 자산을 자본으로 바꾸어 사유화하는 데 몰두한다. 공기업을 민영화 해서 임원 자리를 내정받는다든지, 전관예우 같은 것들을 초라한 예로 들 수 있겠다. 이전에도 이런 행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008년 이후에는 정부가 이런 행위를 독려하는 느낌이다. 이런 사유화를 소위 공직자의“능력”이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유교는 그 문제제기의 핵심이 관료 계층의 부패를 방지하고, 효율을 유지시키기 위한 고민에 있다. 그것은 법가도 마찬가지이다. 이 둘은 사실상 전통 동양 사회를 조직하고 떠바쳐 온 두 축이 되어왔다. 한편 서양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수 세기 전에 발견하고 가꾸어왔다. 민주주의는 감시·견제와 균형을 통해 관료의 비행을 예방한다. 자본과의 결탁을 통해 지대를 추구하려는 관료들의 욕구는가, 시민들의 감시와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인사권을 통해 좌절되는 구조이다. 국회가 관료들에 대한 탄핵소추권과 파면권을 쥐고 있는 이유이다.

지난 몇 달간 계속된 인사파동을 보면서, 관료의 질이 그래서 나의 장래가 걱정되는 이유이다. 또한 관료의 실패가 구조적으로 장려되는 시스템이 지난 대선을 통해 추인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다. 감시라는 브레이크가 파열된 상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관료의 실패가 豊臣의 경우에서 처럼 집권세력의 교체만을 초래해서 더 큰 문제를 초래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